꽃이야기

덥수룩한 초롱꽃, 깔끔한 섬초롱꽃

우면산 2020. 5. 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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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길가에 내놓은 화분에 초롱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단에 심어놓기도 했습니다. 기다란 원통형의 꽃이 불을 밝히는 초롱과 비슷하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잘 지은 이름 같습니다. ^^

 

초롱꽃. 대개 아이보리색이고 꽃이 가지, 꽃, 꽃받침에 털이 많다. 대암산 용늪에서 담은 것이다.

조금 있으면 연한 자주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섬초롱꽃도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초롱꽃과 섬초롱꽃은 원래 산이나 풀밭 등 야생에서 자라는 것을 사람들이 가져와 원예종처럼 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에서 야생의 초롱꽃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섬초롱꽃은 원래 울릉도 특산 식물입니다. 요즘은 서울 등 내륙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식물 이름에자가 들어가 있으면 울릉도 특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섬초롱꽃. 연한 자주색 바탕에 반점이 있고, 전체적으로 털이 없이 깔끔하다.

 

초롱꽃과 섬초롱꽃을 구분하는 방법은 우선 꽃색을 보는 것입니다. 초롱꽃은 아이보리색 바탕에 자잘한 반점이 있고, 섬초롱꽃은 연한 자주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뜻 봐도 두 꽃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어쩌다 어중간한 것들을 만나면 만만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초롱꽃과 섬초롱꽃을 정확히 구분하는 방법은 줄기에 털이 많이 있느냐, 거의 없느냐를 보는 것입니다. 초롱꽃은 전체적으로 털이 있지만 섬초롱꽃은 털이 거의 없이 깔끔합니다. 그러니까 덥수룩하면 초롱꽃, 깔끔하면 섬초롱꽃 ^.^ 내륙에서 자라는 초롱꽃은 추워서 털이 필요하고, 따뜻한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초롱꽃은 털이 필요 없다고 기억하면 쉽습니다.

 

초롱꽃을 소개할 때 빼뜨릴 수 없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금강초롱꽃인데,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의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입니다.

1909년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해 금강초롱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높은 산 중에서도 꼭대기 부근에서만 자라서 알현하려면 고생 좀 해야하는 꽃입니다.

 

금강초롱꽃. 화악산에서 담은 것이다.

꽃쟁이들 사이에서는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 사이에 있는 화악산 금강초롱꽃을 국내 제일로 칩니다. 화악산 금강초롱꽃이 미스 금강초롱인 셈이지요. 화악산 금강초롱이 색도 가장 선명하고 곱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래서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1~2년에 한 번씩은 금강초롱꽃을 보러 화악산에 오릅니다.

 

드물게 꽃색이 하얀 흰금강초롱꽃도 있는데, 이 꽃을 보기위해 초가을 오대산 상원사에서 북대 코스를 땀 뻘뻘 흘리며 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금강초롱꽃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금강초롱꽃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입니다. 학명에서 ‘Hanabusaya’는 일제의 초대 조선 공사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이 꽃을 등록한 나카이라는 학자가 한반도 식물을 조사할 때 연구비와 인력을 지원한 사람입니다. 예쁜 우리 특산식물에 일제 식민지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겁니다. 금강초롱꽃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한번 자세히 전해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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