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청계천에 금·은 가득, 인동덩굴 개화 ^^

우면산 2020. 6. 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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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청계천에 가면 인동덩굴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청계천 양쪽 화단엔 인동덩굴을 심어놓았습니다. 꽃이 한창인데, 향기도 좋아 인동덩굴 주변에서 벌들이 붕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동덩굴은 산 주변이나 언덕 같은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동덩굴. 꽃이 흰색으로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한다.

 

인동(忍冬)덩굴이라는 이름은 추운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겨울을 이겨낸다고 붙은 것입니다. 남부지방에서는 그렇지만 중부지방에 오면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반상록성 식물입니다. 인동초라고도 부르는데, 인동덩굴이 추천명입니다. 인동초라는 말 때문에 풀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지만 나무입니다.

 

인동덩굴이 인상적인 것은 사실 잎보다 꽃입니다.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피는 꽃은 흰색으로 피다가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흰 꽃이 노랗게 변하는 건 벌과 나비에게 “나는 수정을 끝냈으니 옆의 꽃을 찾아주세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징이 인동덩굴(인동초)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9월 16년 만에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에서 "나는 혹독했던 십여 년 정치 겨울에 인동초를 잊지 않았다"며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는 추모사를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험난한 인생은 인동덩굴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뉴DJ 플랜'을 내놓을 무렵부터 '인동초'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인동초라는 말에서 풍기는 투쟁적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대신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때 내놓은 책 '총재님 그것이 알고 싶어요'에서 좋아하는 꽃을 묻는 질문에 "봄철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보는 것이 큰 낙"이라고 했습니다.

 

인동덩굴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붉은색 꽃이 피는 식물이 있습니다. 붉은인동입니다. 주로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꽃이 가지 끝에 뭉쳐 달리는 것도 특징입니다. 오래 전부터 붉은인동은 도입종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글을 쓰기위해 찾아보니 자생종으로 설명한 사이트가 있더군요. 국립중앙과학관 식물정보에 ‘한국의 전역에 분포하며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재배식물로 분류해 놓았기 때문에 도입종이 맞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붉은인동. 붉은 꽃이 가지 끝에 뭉쳐 핀다.

 

또 하나, 나무 중에서 인동덩굴과 똑같은 꽃이 피는 나무가 있습니다. 괴불나무인데, 처음 꽃을 공부할 때 이 나무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덩굴이 아니라 관목인데 꽃은 인동덩굴과 완전 똑같은 겁니다. 흰꽃이 노란꽃으로 변하는 것도 같습니다. 알고보니 인동덩굴과 속(屬)까지 같은 형제 식물입니다. ^.^ 괴불나무도 종류가 많지만 오늘은 인동덩굴이 주인공이므로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괴불나무. 인동덩굴과 똑같은 꽃이 피지만 덩굴이 아니라 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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