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과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며칠전 한 식당에 들어서는데 입구에 있는 큰 화분에 과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진분홍색 혀꽃에 노란 중앙부를 가진 꽃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핀 것이 참 예쁘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정감이 가는 꽃이다. 어릴적 고향에서는 과꽃을 대개 화단이나 장독대 옆에 심었다. 많은 사람들이 과꽃을 보면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가 나오는 동요 ‘과꽃’이 떠오를 것이다.
과꽃은 국화과 식물로, 원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져 그 끝마다 한 송이씩 꽃이 핀다. 꽃색도 보라색에서 분홍색, 빨간색, 흰색까지 다양하다. 잎은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줄기 높이는 30~100cm정도이고 자주빛이 돌고 많은 가지가 나온다.
과꽃이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과부꽃에서 나온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백두산 근처에 추금이라는 과부가 살았는데, 중매쟁이 할멈이 끊임없이 재혼을 설득하자 부인의 마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꿈 속에 나타나자 과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과꽃을 소중히 가꾸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과꽃은 원래 북한의 함경남도에 있는 부전고원과 백두산, 만주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오대산에서도 자생지를 발견했다는 기록도 있다. 자생 과꽃은 진한 보랏빛이고 홑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꽃의 한자 이름은 벽남국(碧藍菊)이다. 중국 백두산 근처에서 자생 과꽃을 보았다는 한 분은 "개량종과 달리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것이 꽃 맛이 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고 전해주었다.
우리가 보는 과꽃은 토종 과꽃을 유럽·일본 등에서 원예종으로 개량한 것이다. 프랑스 신부가 1800년대초 과꽃을 보고 반해 씨를 유럽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꽃을 개량한 것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가 다시 고향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처럼 과꽃은 우리나라 원산(물론 만주에서도 자란다)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심고 있는 식물이다.
우리가 관심을 안 갖는 사이 외국으로 유출된 식물은 과꽃만이 아니다. 구상나무, 미스김라일락, 섬초롱꽃, 흑산도비비추 등도 외국으로 나가 개량 등을 거쳐 인기를 끄는 우리 식물들이다. 그나마 외국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 위안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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