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팜므파탈, 립스틱물매화 매력에 빠진 사람들

우면산 2020. 9. 2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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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쟁이들은 저마다 꽃에 빠져든 계기를 준 꽃을 갖고 있습니다. ^^ ‘꽃쟁이’는 야생화를 좋아해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부르는 ‘업계 용어’입니다. ^^ 어느날 야생화모임 정기행사에서 1박 하면서 그 사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A님은 애기달맞이꽃이 그런 꽃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밤 애기달맞이꽃을 보니 죽어라 아름답더라. 내가 왜 여태 이런 걸 모르고 살았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B님에게는 뜻밖에도 개망초였습니다. 그는 "우연히 찍은 개망초 사진 핀트가 정확히 맞아 황홀할 정도였다. 그게 야생화를 시작한 계기였다"고 했습니다. C님은 "변산바람꽃에 반해 야생화를 시작했다"고 했고, D님은 "영아자의 가는 꽃잎을 보면 지금도 묘한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녀치마를 보고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빠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한번 전해드리겠습니다. ^^

 

 

 

저와 친한 F님은 강원도 정선 덕산기계곡에서 '립스틱 물매화'에 반해 꽃에 빠져버렸다고 했습니다. 립스틱 물매화는 물매화 중에서 꽃밥 부분이 붉은색이어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것 같다고 꽃쟁이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 먼저 꽃에 빠진 남편이 같이 가보자고 해도 "뭐하러 사서 그런 고생을 하나. 정 가고 싶으면 혼자 다녀오라"고 하다가 못이기는 척 한번 따라나선 자리였답니다. 그후엔 부부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답니다. ^^

 

'립스틱물매화'.

 

 물매화는 전국에서 자라는 범의귀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다만 낮은 곳에선 살지 않고 깊은 숲에 드러난 양지바른 습지에서 주로 자랍니다. 보통 키가 한 뼘쯤(길이 7-30cm)입니다. 한 개체에서 서너 개씩 가녀린 줄기가 올라와 5장의 흰색 꽃잎을 가진 꽃을 피웁니다. 꽃잎의 수, 흰색 꽃 그리고 많은 수술이 달린 모습이 매화를 닮아서, 여기에다 물 가까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매화라는 이름을 가진 겁니다.

 

 

F님만이 아니라 물매화에 반해 야생화에 입문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매화가, 특히 립스틱물매화는 팜므파탈(Femme fatale)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직 물매화가 한창일텐데, 올해는 아쉽게도 물매화를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지나갈 것 같습니다. ㅠㅠ

 

립스틱물매화 무리.

 

물매화가 하도 예뻐서 관상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물이 있는 정원의 돌 틈에 심거나, 화분에 심고 물을 담은 접시에 올려 수분이 공급하면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식물이라 집에서 기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물매화에 반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워본 적이 있는데 2년을 버티지 못하더군요.

 

물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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