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잡초 명아주의 놀라운 변신, 장수지팡이 청려장 이렇게 생겼다

우면산 2020. 9.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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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을 맞아 올해 100세를 맞은 어르신 1762명을 대표해 김상구·엄명순 어르신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청려장(장수지팡이)을 증정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낸 보도자료 내용이다. 여기서 ‘청려장(靑藜杖)’은 명아주라는 풀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다.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나라에서 70세 또는 80세를 맞은 노인에게 청려장을 내리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장수 시대라 100세를 맞은 노인에게 증정하는 것이다.


 

명아주는 공터 등 어디에나 흔하디 흔한 잡초의 하나('어디든 잡초, 그 놀라운 생명력' 참조)다. 줄기 가운데 달리는 어린잎에 붉은빛이나 흰빛이 있는 특징이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명아주. 줄기 가운데 달리는 어린 잎에 붉은빛이나 흰빛이 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봄에 어린 명아주를 보면 저렇게 작은 것이 어떻게 지팡이를 만들 수 있게 자라는지 잘 믿을 수 없다. 초여름에도 마찬가지다. 늦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명아주는 맹렬하게 자란다. 마치 장거리 달리기 선수가 막판에 경이적인 스퍼트를 하는 것 같다. 봄과 여름에 넓은 잎으로 광합성을 충분히 해놓고 뿌리로 부지런히 양분을 흡수했기에 가능할 것이다.

 

늦여름 맹렬하게 자라는 명아주. 곧 비닐하우스 천장에 닿을 기세다.

 

 그 결과 가을날 문득 보면 사람 키보다 높게 자라고(2m까지 자란다) 줄기도 제법 굵어진 명아주를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지팡이를 만들만 하겠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늦가을 마른 명아주 대는 재질이 단단한데 비해 속이 비어서 아주 가볍다. 근력이 약한 노인들에겐 안성맞춤일 것이다.

 


요즘엔 자연산 명아주 대신 따로 재배해 관리한 명아주로 지팡이를 만든다. 명아주를 생산하는 전북 완주군 홈페이지를 보면 ‘명아주를 이식한 후 바로 세우기, 삶기, 옹이 제거, 다듬질 등50여 회의 공정을 거쳐 청려장을 만든다’고 했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청려장'. ⓒ완주군청 홈페이지

 

 명아주의 또 다른 기능은 식용 가능성이다. 황대권은 『야생초 편지』에서 명아주에 대해 “내가 비름 다음으로 자주 먹는 풀”이라며 “맛도 시금치와 비름과 비슷한데, 맛이 순하다 보니 반찬이 시원찮게 나오면 많이 먹게 된다”고 했다. 시금치처럼 데쳐서 먹는다고 하는데,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꽃 이름을 익히고 싶으면 우선 산과 들, 길거리에 흔한 풀과 꽃부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명아주, 질경이, 쇠비름, 바랭이, 여뀌, 괭이밥, 까마중, 며느리밑씻개, 애기똥풀 같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런 풀과 꽃부터 관찰하고 이름을 익히고 다른 것들과 차이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우면 금방 ‘꽃맹’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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