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서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도 누렇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이 참나무 종류를 익힐 좋은 기회다. 나무에 잎과 열매가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마을 근처에 흔한 상수리나무, 나무껍질이 굵어 굴피집 짓는데 쓰인 굴참나무, 잎이 무리 중 가장 작은 졸참나무, 늦가을까지 황갈색 단풍이 물드는 갈참나무, 옛날에 잎사귀를 짚신 밑바닥에 깔창 대신 썼다는 신갈나무, 잎으로 떡을 싸서 쪄 먹었다는 떡갈나무. 헷갈리기만 한 이 ‘참나무 6형제’를 잎과 열매를 함께 보며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먼저 ‘참나무’라는 종은 없다. 참나무는 어느 한 나무를 지칭하지 않고 참나무 종류를 모두 아우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고,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 등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인 것과 마찬가지다. 참나무는 영어로 오크(oak)여서 ‘오크밸리’ 같은 지명이 있다.
참나무 종류는 둘씩 짝지어 기억하는 것이 좋다. ‘상·굴, 졸·갈, 신·떡’... 필자가 개발한 방식이다. ^^ 아래 글을 읽어보면 이렇게 기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상수리나무는 마을 근처 산지의 낮은 곳에 흔한 나무다. 임진왜란때 선조가 피난갔을 때 상수리나무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올렸는데, 나중에 궁궐에 돌아와서도 계속 올리라고 해서, 수라상에 올랐다고 이같은 이름이 생겼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잎은 밤나무 잎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잎이 길쭉한 편이면 상 아니면 굴이다. 또 둘 다 잎 가장자리에 가시 모양의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둘을 비교하면, 상수리나무 잎은 폭이 좁고 잎끝이 더 뾰족한 반면, 굴참나무 잎은 상대적으로 넓고 잎끝이 둔한 편이다. 그래도 헷갈릴 경우 잎 뒷면을 보면 굴참나무 잎은 회백색으로 앞면과 확실한 대비를 이룬다.
나머지 ‘졸·갈, 신·떡’ 나무 잎은 넓죽한 편이다. 그 중에서 졸참나무, 갈참나무는 잎자루가 긴 편이고, 신갈나무, 떡갈나무는 잎자루가 없거나 아주 짧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상굴, 졸갈, 신떡’으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
졸참나무와 갈참나무는 잎 모양이 좀 다르다. 갈참나무 잎은 거꾸로 선 달걀 모양, 졸참나무 잎은 긴 타원 모양이다. 갈참나무 잎 가장자리는 신갈, 떡갈나무처럼 물결 모양이지만, 졸참나무 잎은 날카로운 톱니 모양이다. 특히 졸참나무는 열매가 작고 길쭉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 갈참나무 잎은 굴참나무 잎처럼 뒷면이 회백색이니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잎자루가 없거나 아주 짧은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를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잎 뒷면, 특히 주맥에 털이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다. 신갈나무는 없고 떡갈나무는 있다. 물론 잎 가장자리 물결을 보고도 구분할 수 있는데 떡갈나무 잎이 더 큰 물결이다. 물결의 크기는 ‘상·굴·졸·갈·신·떡’의 역순으로 떡갈>신갈>갈참>졸참 순이다. 신갈나무는 우리 숲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참나무로, 우리 숲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도토리로도 구분할 수 있다. ‘상·굴·졸·갈·신·떡’에서 상, 굴, 떡 등 양끝 세가지는 깍정이에 털이 많다. 반면 가운데 졸, 갈, 신은 깍정이에 털이 없고 밋밋하다. 상, 굴, 떡은 털모자를, 졸, 갈, 신은 빵모자를 쓴 것 같다.
이 나무들을 처음부터 한번에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 특히 갈참나무와 신갈나무 잎모양이 비슷하고 입자루 길이가 어중간한 경우도 상당하다. 상수리와 굴참나무 구분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이들 사이에 교잡이 일어나 두 나무의 특징이 반반씩 섞인 나무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인천수목원에서 아예 이름표를 ‘떡신갈나무’라고 붙여 놓은 나무도 보았다. 하루아침에 다 구분하려고 하지말고 느긋하게, 그러나 특징을 기억하면서 관찰하다 보면 머지않아 멀리서 보아도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멀리서 보아도 아는 사람이 고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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