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주나무를 처음 본 것은 설악산에서였다. 이 나무 이름을 단 푯말을 보고 한참 나무를 보면서 왜 이런 이름을 가졌는지 짐작해보려고 했다. 독특한 이름에서 보듯, 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어디가 사람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을 가진 것일까.
식물 이름 유래는 다양하다. 어떤 것은 잎의 특징 때문에, 어떤 것은 꽃이나 열매 특징 때문에, 어떤 것은 나무의 쓸모를 보고 이름을 붙였다. 사람주나무도 분명히 직관적으로, 사람처럼 보이는 뭔가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열매를 보니 하나씩 달려 있기도 하고 일부는 두 개씩 붙어 있었는데, 붙어 있는 것들은 사람 엉덩이 모양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주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나? 그럼 엉덩이나무라고 해야지…. 열매가 붙은 나무가 한둘이 아니라 좀 억지스러워 보였다.
꽃은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서 따로 피는데, 전체적인 모양은 남해안에서 보는 예덕나무 꽃과 비슷했다. 찾아보니 둘 다 대극과 나무였다. 어떻든 사람과 연관지을만한 것은 마땅치 않았다.
오랜 궁금증은 홍릉수목원에 있는 사람주나무를 보고서야 풀렸다. 홍릉수목원 활엽수원에 가면 아주 인상적인 사람주나무 무리를 볼 수 있다. 수피가 하얀 것이 멀리서도 눈에 띄고, 줄기가 뻗다가 두 줄기로 갈라지는 것이 사람의 벗은 몸처럼 매끈하다. 다른 사람주나무는 수피가 피부 같다는 설명을 수긍하기 어려웠는데, 홍릉수목원 사람주나무를 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서어나무도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의 사람 피부 같다는 말을 듣는다. 서어나무가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남성적인 느낌이라면, 사람주나무는 미끈해서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나무였다. 그래서 서어나무를 남자나무, 사람주나무를 여자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책 ‘우리나무 이름사전’에서 “이 나무는 특히 밤에 보면 사람이 기둥처럼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라며 “그래서 ‘사람이 서 있는 기둥(柱) 모습의 나무’란 뜻으로 사람주나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짐작”했다.
사람주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다. 그러나 해안가를 따라서는 동쪽으로는 설악산, 서쪽으로는 황해도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관목성으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오는데, 줄기를 만져보면 흰 분이 묻어나는 것도 있다. 사람주나무는 단풍이 좋기로도 이름 나 있다. 붉은 단풍이 인상적인데 조건에 따라 노란 단풍이 드는 것도 있다. 가지와 잎을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오는 것도 이 나무의 특징 중 하나다. 사람주나무는 여러 가지로 개성이 강한 나무다.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아이비, 송악 (10) | 2020.12.04 |
---|---|
왜 감태나무를 모성애 가장 강한 나무라고 할까 ^^ (10) | 2020.12.03 |
팔방미인 남천, 꽃·열매·잎 예쁘고 공기정화능력도 좋아 ^^ (13) | 2020.11.29 |
나무엔 기생, 새들과는 공생하는 겨우살이 ^^ (10) | 2020.11.28 |
열매로 측백 편백 화백 서양측백 나무 구분하기 (6) | 2020.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