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홍릉수목원 복수초가 만개했어요 ^^

우면산 2021. 2. 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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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서울 홍릉수목원에 갔더니 예상대로 복수초가 만개해 있었다. 홍릉수목원은 틈만 나면 가는 곳이다. 갈 때마다 꼭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복수초는 눈 속에서 피는 대표적인 야생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눈을 녹이면서 피는 복수초를 보는 것은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복수초가 피고, 눈이 오고, 그 눈이 녹지 않아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보통 산에서 보는 복수초는 낙엽 사이에서 황금 술잔처럼 빛나는 복수초다. 어제 홍릉수목원에서 본 복수초도 그랬다. 복수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대개 2월 초순쯤 언론에 복수초가 눈을 뚫고 핀 사진이 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더 빠른 1 25일 서울 홍릉수목원에 복수초가 만개했다는 글과 사진이 실렸다. 이 글과 시진을 보고 지금쯤 복수초가 활짝 피었겠다 싶어 간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 아래는 이 복수초를 동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홍릉수목원 복수초 무리.

 

이미 상당수 사람들이 복수초 주변에서 이 예쁜 꽃을 담고 있었다. 눈을 녹이면서 피는 복수초도 신기하지만 낙엽 사이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복수초도 참 예쁘다. 복수초가 금방 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아닌가 싶다.

 


전에 박완서가 에세이 꽃 출석부2’에서 복수초를 중학생 아들의 교복 단추에 비유했다고 소개했는데, 김훈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에서는 세밀화가가 복수초를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소설은 식물을 그리는 세밀화가가 주인공인데, 복수초가 나오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홍릉수목원 복수초.

 

<자작나무 사이에서 복수초와 얼레지가 피었다. 키가 작은 그 꽃들은 눈 위에 떨어진 별처럼 보였다. 눈 속에서 꽃이 필 때 열이 나는지, 꽃 주변의 눈이 녹아 있었다. 차가운 공기와 빈약한 햇살 속에서 복수초의 노란 꽃은 쟁쟁쟁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홍릉수목원 복수초 무리.

 

이 소설에 어떤 꽃들이 등장할까 잔뜩 기대하고 읽었다. 복수초는 물론 얼레지, 목련, 민들레, 진달래, 수련, 노란어리연꽃, 작약, 패랭이꽃, 도라지꽃, 서어나무 등이 등장했다. 이 소설의 키포인트는 주인공이 이들 꽃들을 세밀화로 그리는 과정이다.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라며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본 세상의 풍경이 치밀하게 담겨 있다.

 

박완서는 복수초가 처음 피는 것, 눈에 덮이는 것, 자체 발열해 다시 눈을 녹이고 꽃송이를 벌리는 것을 차례로 관찰하고 황금빛 교복 단추에 비유했다. 마찬가지로 김훈은 복수초의 노란 꽃이 쟁쟁쟁 소리를 내는 것같이 느껴질 때까지 이 꽃을 관찰하고 '눈 위에 떨어진 별'을 포함한 위 몇 문장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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