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산강하구둑에서 해당화가 막 핀 것을 보았습니다. 남녘에 해당화가 피기 시작했으니 이제 곧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해당화를 볼 수 있을 겁니다. ^^
해당화(海棠花)는 모래땅과 같이 물빠짐이 좋고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서 자랍니다. 찔레꽃과 함께 대표적인 장미과 식물이라 잎과 꽃이 장미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진한 분홍색 꽃잎에 노란 꽃술이 대조를 이루어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꽃잎 끝이 오목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입니다. 바람 부는 곳을 향하면 장미향보다 더 은은한 향이 납니다. ^^
찔레꽃은 흰색인 점만 다르고 해당화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향기가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으로 시작하는 노래에 나오는 찔레꽃은 해당화를 오해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당화는 사랑의 꽃입니다. ^^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사랑한 그이름은 총각선생님’으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
심훈 소설 ‘상록수’에서도 영신이 동혁과 장래를 약속하는 장면에서 해당화가 나옵니다. 해당화가 필 즈음 밤 바닷가에서 동혁이 영신의 손등에 키스하자 영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참, 이 바닷가엔 왜 해당화가 없을까요?”라고 딴전을 부리며 살그머니 손을 빼려 한다. 그러나 동혁은 영신을 포옹하며 “해당화는 지금 이 가슴 속에서 새빨갛게 피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해당화는 산기슭에도 피지만, 탁 트인 바닷가 모래밭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태양 아래에서 피기를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특히 흰 모래 위에 피어나는 붉은 해당화를 ‘꽃 중의 신선’이라 했습니다. ^^
해당화를 볼 때는 진짜 가시를 조심해야합니다. ^^ 해당화 가지에는 2센티미터에 가까울 정도로 긴 가시들이 불규칙하게 달려 있습니다. 그보다는 짧지만 억세게 보이는 잔 가시들도 무수히 돋아나 있어서 어디 한 군데 잡을만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띄엄띄엄 붙어 있는 장미 가시와는 또 다릅니다.
우리 나라 어느 바닷가에서나 다 해당화를 볼 수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 원산 명사십리 해당화입니다. 휴전선 이북 강원 통천이 고향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회고록에서 “고향에 있는 송전해수욕장에 명사십리 해당화보다 더 화려한 해당화가 피었다”고 자랑했습니다. 해당화는 꽃과 열매가 아름답고 향기로워서 집 마당을 꾸미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해당화를 보려면 어디에 가야할까요? 요즘엔 해당화를 곳곳에 심어놓아 굳이 찾지 않아도 많이 보이더군요. 5월 태안해안국립공원 삼봉과 기지포 해안에서, 5월중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안 도초도 시목탐방로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해당화는 꼭 보고 싶은데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면, 5월에 서울 남산 야생화공원, 경복궁 등 고궁에 가도 예쁜 해당화를 볼 수 있습니다. 조만간 해당화와 비슷하게 생겨 헷갈리는 인가목, 생열귀나무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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