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연보라색 포도송이 등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

우면산 2021. 4. 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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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등나무 꽃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잎과 함께 연한 보라색 꽃이 밑으로 처지면서 달립니다. 꽃송이가 마치 포도송이 같습니다. 꽃 중앙부에 노란색 무늬로 포인트를 주고 있네요. ^^  

 

 

등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 덩굴식물입니다. 대부분 학교나 공원 등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심지만 중부 이남의 산과 들에서는 저절로 자랍니다. 꽃에서 나는 향기가 좋습니다. 꽃이 지고나면 부드러운 털로 덮인 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릴 겁니다.

 

등나무꽃. 꽃 중앙부에 노란색 무늬가 있다. 

 

몇 그루만 심어도 가지가 덩굴로 뻗어 나가면서 짧은 기간에 좋은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덩굴식물이기 때문에 다른 나무나 지지대를 감으면서 올라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흔히 지주목을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는 나무도 있답니다. ^^

 

 

원줄기가 굵어지면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알맞게 자란 등나무 줄기는 지팡이 재료로도 쓰입니다. 등나무는 다른 나무들을 감고 자라는 달갑지 않은 점도 있지만 아름다운 꽃과 향기,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고마운 나무입니다. 

 

등나무꽃.

 

등나무 그늘은 학교의 상징이나 같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특히 여중·여고에는 등나무 그늘이 꼭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교실에 에어컨이 없던 시절,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 잠시 앉아서 숨을 돌린 곳이고, 낮은 목소리로 친구들과 고민을 주고받은 장소이기도 했죠. ^^

 

 

옛 경기고 터에 있는 서울 정독도서관에는 등나무 그늘이 10여개나 있습니다. 그늘 아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학생들이나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인근 직장인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등나무 그늘.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책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나무 백가지에서 등꽃이 피는 계절에 등나무 곁에 서면 나른한 봄기운에 꽃 향기가 묻어난다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등꽃 향기의 뒷맛은 진하고, 달콤한 아까시나무 꽃 향기와 그 격이 사뭇 다르다고 했습니다.

 

등나무꽃.

 

경주 현곡면 오류리에 있는 팽나무를 감고 자라는 등나무들은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라 시대 이 마을에 예쁘고 착한 자매가 살았답니다. 이웃집 잘생긴 청년이 전쟁터에 나간 후 자매는 둘 다 남모르게 청년을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후 그 청년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매는 얼싸안고 울다가 함께 연못에 몸을 던졌답니다. 그 뒤로 연못가에는 등나무 두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청년이 돌아와 자매의 사연을 듣고 역시 연못에 몸을 던져 팽나무로 환생했답니다. 이때부터 등나무 두 그루는 팽나무를 휘감으며 자랐습니다. 이런 전설 때문에 이 등나무 잎을 베갯속에 넣거나 삶아서 물을 마시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고 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부산 금정산 범어사 등나무 군락은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수많은 등나무가 소나무와 팽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등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것은 보기드문 일입니다. 언젠가 시간을 내 경주 현곡면, 부산 범어사 등나무를 꼭 한번 직접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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