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다 오동나무꽃이 핀 것을 보고 ‘아니, 벌써’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을 찾아봐도 이팝나무와 마찬가지로 꽃이 5-6월 피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정말 꽃소식을 전하는 제가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
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는 나무로, 쭉 뻗은 줄기에다 연보라빛 꽃송이를 매단 모습이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꽃은 통꽃 형태인데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고 통통합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달걀 모양의 껍질을 가진 열매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동나무는 오각형의 어른 얼굴만 한 큼직한 잎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나무 중 가장 잎이 크다고 합니다. 오동나무는 이 큰 잎사귀 덕분에 다른 나무보다 더 많은 햇빛을 받아 빠른 속도로 자라며 몸집을 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15~20년이면 쓸 만한 재목으로 자랍니다. 과거 여자의 결혼 적령기에 딱 맞죠? 그래서 오동나무 하면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장롱을 짜 주려고 심는 나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겁니다. ^^
원래 빨리 자라는 나무는 대체로 단단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동나무에는 이 말이 해당하지 않습니다. 1년에 나이테 지름이 2~3센티미터씩 초고속 성장을 하지만 자라는 속도에 비해 적당한 강도를 갖는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재질이 부드럽고 습기·불에 잘 견디며, 가공도 쉽고, 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아주 좋은 장점을 두루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롱이나 상자, 문방구, 장례용품 등 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쓰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오동나무와 참오동나무 두 종류가 있습니다. 두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은 꽃송이 안쪽에 자주색 점선들이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점선들이 많이 나 있으면 참오동나무, 없으면 오동나무입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대부분 점선들이 많은 참오동나무입니다. 그냥 오동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지만 드물기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나무들이 넘볼 수 없는 오동나무의 독보적인 장점은 바로 소리를 전달하는 성질이 좋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거문고, 비파, 가야금 같은 악기를 만드는 데 쓰였답니다. 서울 송파구 오금(梧琴)동은 예부터 오동나무가 많고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들이 살았던 마을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벽오동, 개오동 등 ‘오동’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전혀 다른 나무들이 몇 개 있는데, 조만간 소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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