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손가락 넣고 싶은 디기탈리스, 화가 고흐 약이었죠 ^^

우면산 2021. 5. 3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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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심 화단에서 긴 꽃대에 화려한 꽃을 줄줄이 달고 있는 원예종 식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기탈리스와 루피너스다.

 

디기탈리스는 유럽 원산의 현삼과 식물로, 5~8월 도심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식물이다. 높이 1m 정도 자라는데, 꽃은 줄기 아래서부터 피어 차례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아래 사진처럼 꽃대 아래는 꽃이 지고 위쪽만 남은 개체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디기탈리스 모습. 아래는 꽃이 지고 위쪽만 남았다. 

 

꽃은 통 모양으로 흰색, 홍자색, 분홍색, 황색 등 다양하다. 이 꽃을 볼 때마다 꽃 속에 손가락을 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데, 나만 그런 걸까? ^^ 아래 사진처럼 딱 손가락 하나 넣기 좋은 크기다. 더구나 이 꽃의 속명 Digitalis는 라틴어 ‘digitus’에서 유래했는데 손가락이라는 뜻이다. 바로 디지털 시대 할 때 디지털과 같은 어원인데 발음만 다르게 한 것이다. ^^

 

디기탈리스. 어원이 손가락이라는 뜻이다.

 

디기탈리스 잎은 우글쭈글한 주름에 잔털이 있다. 이 잎을 과거 유럽에서 약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잎은 강력한 약효와 강력한 독성을 동시에 지녔는데, 화가 고흐와 관련한 스토리로 유명하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은 실제보다 더 노란빛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란색은 고흐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디기탈리스를 복용한 부작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흐는 생전에 간질과 조울증 증세를 보였는데 그의 주치의 가셰 박사는 디기탈리스를 처방했다.  고흐가 가셰 박사의 초상이라는 그림에서 가셰 박사는 디기탈리스를 들고 있기도 하다. 얼마나 많이 복용했으면 그림에 디기탈리스를 넣었을까 싶다. 그런데 이 식물을 약으로 복용하면 눈앞이 뿌옇거나 노랗게 보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고흐의 그림 속 노란빛은 바로 이 디기탈리스의 부작용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루피너스도 긴 꽃대에 꽃이 다닥다닥 달리는 것은 비슷하다. 루피너스 꽃은 디기탈리스 꽃에 비해 훨씬 작고 손가락을 넣을 정도로 크고 벌어져 있지도 않다. 루피너스 꽃색도 붉은색, 오렌지색, 파란색, 진분홍색, 흰색 등으로 다양하다.

 

루피너스.

 

루피너스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그래서 요즘 루피너스 꽃 아래에는 콩깍지 같은 열매가 달린 것도 볼 수 있다. 꽃이 예뻐서 속명 ‘Lupinus’는 좀 낭만적일 뜻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라틴어 ‘lupus(이리)’에서 온 것으로 이 식물이 토질을 황폐시킨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예상과는 정반대다.

 

디기탈리스(위쪽)과 루피너스(왼쪽 분홍색 꽃)가 같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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