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의선숲길을 걷다가 황금색 모감주나무 꽃이 핀 것을 보고 반가우면서도 놀랐습니다. 반가운 것은 올해 첫 모감주나무 꽃을 보았기 때문이고 놀란 것은 ‘아니 벌써?’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하긴 6월말~7월 중순 피는 꽃이니까 아주 빠른 것도 아니군요.
모감주나무는 독특하게도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자잘한 제비 모양의 꽃이 수백 개가 매달려 2주 정도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도 장관을 연출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황금비가 쏟아진 듯하다고 영어 이름이 골든레인트리(Golden rain tree)입니다. ^^
꽃차례는 가지 끝에 길이 25~35cm로 달립니다. 자세히 보면 노란색 꽃은 지름이 1cm정도이고, 중심부는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두었습니다. 꽃잎은 4개는 위를 향하고 아래쪽은 꽃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이 지면 삼각형 봉지 모양의 열매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이 열매가 가을에 익으면 그 안에 반질반질 광택이 나는 검은색 씨가 들어 있습니다. 모감주나무 이름에 구슬 ‘주(珠)’자를 들어 있는 것은 씨 모양 때문일 것입니다. 이 씨로 스님들이 염주를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가을엔 루비빛으로 물드는 단풍이 화려해서 또 한번 사람들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
모감주나무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 분포하고 우리나라 분포지는 서해안 등 주로 해안가 중심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중국에서 열매가 해류를 타고 서해안 등에 퍼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태안 안면도 방포항에 가면 모감주나무 군락지(천연기념물 제138호)가 있습니다. 어제 마침 안면도를 간 김에 들러보았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고 꽃망울만 맺힌 상태였습니다. 더 남쪽인 안면도가 서울보다 늦은 것입니다. ^^ 해양성기후, 내륙성기후를 가진 곳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모감주나무라는 독특한 이름의 유래에 대해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책 ‘우리 나무 이름 사전’은 두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송나라 때 유명한 스님 이름인 묘감에 염주 구슬을 뜻하는 주(珠) 자를 붙여 ‘묘감주나무’였다가 모감주나무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귀하고 신비한 구슬을 뜻하는 ‘감주’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씨앗으로 감주에 버금가는 좋은 염주를 만들 수 있다고 ‘목감주나무’라고 하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둘 다 씨 모양과 관련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감주나무가 경의선숲길처럼 한두 그루 자라는 곳도 있지만 해안가에 방풍림처럼 군락으로 자라거나 가로수로 심어놓은 것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엔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 모감주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아 꽃이 피면 장관을 이룹니다. 아마 지금쯤 대단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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