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삐죽삐죽 우주선 안테나, 사철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

우면산 2021. 6. 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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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철나무 꽃이 제철이다. 사철나무에도 꽃이 피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는데, 당연히 피고 그것도 아래 사진처럼 아주 신기하게 생긴 꽃이 핀다. ^^

 

요즘 한창인 사철나무 꽃. 우주선 안테나 같다.

 

사철나무 꽃은 6∼7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잎 4장이 마주 보면서 피는 형태다. 꽃 가운데에 암술이 1개 있고 수술이 4개 있는데, 우주선 안테나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온 수술대가 재미있게 생겼다. ^^ 달걀 모양의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반질반질 윤이 난다.

 

사철나무는 이름 그대로 사철 푸른 상록성 나무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지만, 북쪽으로 황해도까지 올라가 자란다. 중부지방에서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수는 대개 소나무나 향나무, 주목 같은 침엽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철나무는 잎이 넓은 활엽수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푸른 잎을 간직한 채 겨울을 날 수 있다.

 

사철나무.

 

회양목과 남천 정도가 서울에서도 잎이 떨어지지 않은 채 겨울을 나지만 잎 색깔까지 푸르게 유지하지는 못한다. 남천은 겨울에 빨갛게 단풍이 들고, 회양목 잎도 겨울에는 다소 붉은 빛을 띤다.

 

사철나무는 요즘 서울 도심에서도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울타리가 아니어도 공원이나 교회 앞마당 등에서 별도로 한두 그루 심어놓은 사철나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는 줄사철나무도 있다.

 

사철나무 생울타리.

 

사철나무는 노박덩굴과 나무인데, 이 과에 재미있는 나무들이 많다. 줄기에 화살 모양의 날개가 있는 화살나무, 가을에 맺히는 열매가 분홍빛으로 마치 꽃처럼 고운 참빗살나무, 잎 위에서 앙증맞게 작은 꽃이 피는 회목나무, 미역줄기처럼 벋으며 자라는 미역줄나무 등이 노박덩굴과 나무들이다.

 

신기한 회목나무 꽃.

 

전경린의 단편 <강변마을>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설이다. 2011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어린 나이에 세파에 찌든 소녀가 어느 여름방학 처음 간 강변 외갓집에서 외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는 이야기인데,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한 가운데에 사철나무가 있었다.

 

<저녁이 될 때까지 외할머니는 부엌 곁 텃밭에서 풀을 뽑고, 우리는 밭 가장자리의 사철나무에 매달려 놀았다. 허리가 굽은 늙은 사철나무들은 매달리기 좋게 옆으로 구불구불 가지들을 뻗었고 총총한 잎사귀 속에는 붉은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동화에 나오는 나무처럼, 그 나무에 오르기만 하면 아무리 오래 매달려 놀아도 힘들지 않았다.>

 

이처럼 사철나무는 이 소설에서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서 듬뿍 사랑받으며 마음껏 자유를 누릴 때의 상징처럼 나온다. 다만 사철나무 열매는 빨라야 늦가을인 10월에 열리는데, 시간적 배경이 8월쯤인 소설에 붉은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려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실수 같다. 서울 기준으로 8월엔 사철나무 꽃이 지고 막 열매가 녹색으로 맺히는 정도다. ^^

 

8월에 본 사철나무 열매. 아직 녹색 열매가 막 맺힌 정도다.

 

 

◇사철나무 관련해 더 읽을거리

 

-서울의 유일한 상록 활엽수, 사철나무는 왜 얘깃거리가 적을까?  

 

-서울 남산은 지금 ‘줄사철 시대’ ^^  

 

-산길에 흔한 노란 껍질 속 빨간 열매, 노박덩굴이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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