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하늘 높이 오르는 꽃, 능소화 피기 시작 ^^

우면산 2021. 6. 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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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저녁 경의선숲길을 걷다 보니 벽 또는 지지대 등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면서 나팔 모양 주황색 꽃을 피우는 꽃이 있었습니다. 능소화입니다. ^^

 

능소화.

 

좀 있으면 서울 북촌 등 주택가는 물론 경부고속도로·강변북로의 방벽, 남부터미널 외벽 등에도 연주황색 능소화가 필 것입니다. ^^ 근래에 워낙 많이 심어서 그런지 능소화 보기가 쉬워졌습니다.

 

박완서 작가를 상징하는 식물을 셋만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싱아겠지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시큼한 여러해살이풀 싱아가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싱아는 박완서 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식물입니다.

 

9월초 꽃이 핀 싱아.

 

작가는 한 산문집에서책 중에 싱아란 소리는 네 번 밖에 안 나오는데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싱아가 중요한 건 아니다. 싱아는 내가 시골의 산야에서 스스로 먹을 수 있었던 풍부한 먹거리 중의 하나였을 뿐 산딸기나 칡뿌리, 새금풀(괭이밥)로 바꿔 놓아도 무방하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 어린 날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에서 거스르고 투쟁하는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이랄까 이질감에 대해서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이질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싱아 다음으로 공동 2위쯤인 꽃이 능소화와 박태기나무 꽃 아닌가 싶습니다. ^^ 박완서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는 여주인공 현금처럼 화려한 팜므파탈(femme fatale)’ 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능소화가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기도 하고, ‘장작더미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도 합니다. 박태기나무 꽃은 친절한 복희씨에 나옵니다. ^^

 

만개한 박태기나무 꽃.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가 나오는 대목을 좀 보겠습니다. 여주인공 현금은 이층 집에 살았는데, 여름이면 이층 베란다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타고 능소화가 극성맞게 기어올라가 난간을 온통 노을 빛깔로 뒤덮었다고 나옵니다. 현금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능소화가 만발했을 때 베란다에 서면 마치 내가 마녀가 된 것 같았어. 발 밑에서 장작더미가 활활 타오르면서 불꽃이 온 몸을 핥는 것 같아서 황홀해지곤 했지."

 

고목을 타고 오르며 꽃이 핀 능소화. 

 

그런 현금을 바라보는 남자 주인공 영빈도 가만 있지 못하겠지요? 그무렵 영빈은 다음과 같은 꿈을 꿉니다.

 

<그 무렵 그(영빈)는 곧잘 능소화를 타고 이층집 베란다로 기어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 속의 창문은 검고 깊은 심연이었다. 꿈 속에서도 그는 심연에 다다르지 못했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어 그의 몸 도처에 사정없이 끈끈한 도장을 찍으면 그는 그만 전신이 뿌리째 흔들리는 야릇한 쾌감으로 줄기를 놓치고 밑으로 추락하면서 깨어났다.>

 

능소화(凌霄花)의 한자는 능가할 능()에 하늘 소(), 꽃 화()여서 해석이 만만치 않은 글자 조합인데, ‘하늘 높이 오르며 피는 꽃이란 뜻입니다. 덩굴이 10여 미터 이상 감고 올라가 하늘을 온통 덮은 것처럼 핀다고 이 같은 이름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담장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도 괜찮지만, 고목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가 가장 능소화다운 것 같습니다. ^^ 능소화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꽃이라 올여름 능소화 얘기를 한두 번 더 전할 것 같습니다. ㅎㅎ

 

 

◇능소화 관련해 더 읽을거리

 

-능소화, 박완서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꽃 피다  

 

-황홀한 감각, 홍자색 박태기나무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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