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는 칡꽃의 노랑무늬 보았나요? 어제 경기도 시흥의 한 유원지에 갔다가 칡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피어서 렌즈로 최대한 당겨 찍어야 할 정도였지만 맑고 달콤한 칡꽃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
칡은 잘 알지만 칡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눈여겨보면 7~8월 한여름에 짙은 홍자색 꽃잎에 노란 무늬가 박힌, 아주 인상적인 꽃이 핍니다. ^^ 요즘 막 칡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밖에 나가면 눈여겨보세요.
칡꽃은 노랑무늬도 인상적이지만 맑고 달콤한 향기도 일품입니다. 숲길이나 호젓한 길을 걷다 어디선가 아주 맑고 달콤한 향기가 나면 혹시 근처에 칡꽃이 피었나 살펴보세요. ^^ 칡꽃은 향기가 진하고 멀리 가 10여m 떨어진 곳에서도 주변에 칡꽃이 핀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칡꽃 향기를 ‘맑고 달콤한 향기’라고 표현했는데 이 정도로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주 싱그러운 향인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어떤 분은 ‘와인향처럼 좋은 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사람들이 흔히 칡을 풀로 알고 있습니다. ‘갈등(葛藤)’에서 ‘갈’ 자는 칡을 가리키는데, 한자에 풀초(艸) 자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칡은 분명히 목질부를 갖고 있는 나무입니다. ^^ 야생화 초보 시절 이걸 모르고 풀꽃도감에서 아무리 칡을 찾아도 나오지 않아 정말 이상했습니다. ^^
칡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어서 문학 작품에도 많이 나옵니다.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엔 마타리꽃이 나오지만 칡꽃도 상당히 비중 있게 나옵니다.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장면 중 하나입니다.
<"저건 또 무슨 꽃이지?"
적잖이 비탈진 곳에 칡덩굴이 엉키어 꽃을 달고 있었다.
"꼭 등꽃 같네. 서울 우리 학교에 큰 등나무가 있었단다. 저 꽃을 보니까 등나무 밑에서 놀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꽃송이가 많이 달린 줄기를 잡고 끊기 시작한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칡덩굴을 그러쥐었다.>
칡은 다른 나무나 물체를 감고 올라가며 자라는 식물입니다. 순식간에 주변 숲을 덮어버릴 만큼 세력이 좋아 산을 깎은 자리에 산사태를 막기 위해 일부러 심기도 합니다. 칡이 도로변 등 경사면을 온통 뒤덮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요즘에는 칡이 너무 번성해 다른 식물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로까지 줄기를 뻗어 덮으려고 하는 칡 줄기를 보면 대책을 세워야 할 단계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ㅠㅠ 칡을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옛날엔 사람들이 적절한 수준으로 칡뿌리를 캐 균형을 이루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너무 번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울창한 숲에서는 햇볕을 받지 못해 자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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