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관악산에 간 것은 팔 할이 참죽나무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사당역에서 관악산으로 가는 길에 관음사라는 절에 이르면 큰 참죽나무 너댓 그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나무 열매를 담고 싶었습니다. ^^
관음사 경내에 오르니 참죽나무 열매와 잎이 잘 보였습니다. ^^ 아래 사진처럼 참죽나무 열매가 아직 익지 않았더군요. 사실 익은 참죽나무 열매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갔는데, 좀 이르게 간 것 같습니다. 아직 열매가 전부 녹색의 계란 모양 타원형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보고 담는데 만족했습니다. ^^
참죽나무 열매(삭과)는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황갈색으로 변하며 끝이 5갈래로 갈라집니다. 그 갈라진 틈에서 날개가 달린 씨앗이 나옵니다. 어려서 이 참죽나무 열매로 소꿉장난한 추억이 있습니다. 이 열매 곁껍질 5개를 떼어낸 다음 몸통에 꽂으면 돼지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참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봄에서 여름까지 두 나무는 전체적인 나무 인상이 비슷하고, 가까이서 보아도 긴 잎자루 양쪽으로 길쭉한 작은잎이 20개 안팎 달리는 모양(깃꼴겹잎)도 비슷합니다.
서울 시내에 보는, 비슷하게 나무는 거의 다 가죽나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가죽나무는 서울 시내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고, 참죽나무는 어쩌다 절이나 절 근처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죽나무는 원래 충청 이남의 따뜻한 기온을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죽나무를 절이나 절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과거 절에서 참죽나무 새순을 나물 또는 장아찌로 이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 서대문 봉원사에서도 비교적 큰 참죽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참죽나무는 늙으면 수피가 세로로 불규칙하게 벗겨져 붉은색 속껍질이 드러나는데 관음사와 봉원사 참죽나무가 그렇습니다.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둘 다 우리 고유 수종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봄에서 여름까지 외양이 비슷하지만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입니다. 과(科)가 다르니 요즘 보이는 열매 모양이 확연히 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가죽나무 열매는 단풍나무 열매 비슷한 시과입니다. 또 가죽나무 작은잎 아래쪽엔 사마귀 모양의 샘점이 달려 있습니다. 이 샘점을 비벼보면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참죽나무 잎에는 이런 샘점이 없습니다. 꽃이 가죽나무는 위쪽을 향해 피고, 참죽나무는 아래쪽으로 드리워지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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