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교과서에서 이상보가 쓴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을 읽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읽어보니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남매탑 전설 위주로 쓴 글이었다. 이 수필에는 동학사에서 남매탑까지를 ‘산 어귀부터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은 산정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어 팍팍한 허벅다리만 두드렸다’고 짧게 표현했다. 동학사에서 남매탑까지는 1.7㎞ 정도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돌계단길인 데다 오르락내리락이 없는 급경사길이어서 정말 힘들었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갑사 주차장까지는 7.3㎞로, 4시간 안팎이 걸린다.
깊은 산이라 벌써 가을꽃도 지고없는 ‘꽃궁기’여서 꽃도 많지는 않았다. 겨우 본 것이 배초향, 구절초, 까실쑥부쟁이 정도에다 갑사 아래에서 본 황매화 정도였다.
하지만 가을엔 꽃이 없어도 열매가 있었다. 다양한 열매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힘든 갑사로 가는 길을 참고 갈 수 있었다. 먼저 동학사에서 갑사 가는 길 내내 비목나무가 참 많이 보였다. 잎이 길쭉한 것이 특징적인 나무다. 붉게 다 익은 열매도 예뼜다.
까치박달도 참 많이 보였다. 까치박달은 도롱이벌레의 집같이 생긴 긴 열매에다 잎의 측맥이 15~24쌍으로 많고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잎이 아코디언처럼 잎맥을 따라 잎이 주름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까치박달을 알아볼 수 있다.
사람주나무 열매도 자주 보였다. 사람주나무 열매는 하나씩 달려 있기도 하고 일부는 두 개씩 붙어 있었는데, 붙어 있는 것들은 사람 엉덩이 모양으로 볼 수도 있겠다. ^^ 그래서 사람주나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사람주나무는 수피가 하얀 것이 멀리서도 눈에 띄고 줄기가 뻗다가 두 줄기로 갈라지는 것이 사람의 벗은 몸처럼 매끈하다.
작살나무는 아직 다 익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진한 보라색인 제 색깔이 나지 않았고, 열매 크기도 작은 편이다. 작살나무 열매 줄기는 아래 사진처럼 잎과 거의 같은 자리에서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좀작살나무는 잎겨드랑이에서 좀(5mm 정도)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확실한 식별 방법은 줄기 끝에 달리는 겨울눈 모양을 보는 것인데, 작살나무는 새부리 모양으로 달리고, 좀작살나무는 구형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그냥 산에서 보면 작살나무, 공원에서 보는 것은 좀작살나무로 봐도 거의 맞을 것 같다. ^^
초피나무 열매도 보였다. 비슷하게 생긴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나는데 비해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갑사 주차장 근처에서 감나무 원조인 고욤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도 보았다.
갑사 아래 마을은 황매화가 많이 피는 황매화마을이었다. 전국 최대의 황매화 군락지로 매년 4월 황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겹황매화인 죽단화는 아직도 피고 있었다. 황매화가 피는 4월에 오면 대단할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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