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기 단풍 들 때는 참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운신을 못하니 사계절 중에 여름 나기가 제 힘들어서 그만 죽고 싶으면 맴속으로 복자기 단풍 든 거나 한번 더 보고...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아름답지. 나뭇잎의 붉은빛이 새 새끼 눈처럼 반짝반짝. 다른 나무들 단풍 든 거랑은 비할 수가 없소. 작가이니 복자기 단풍 들 때 일부러라도 숲에 가보시오. (중략)
복자기 단풍 든 자태는 먼 디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 눈부시게 광이 나거든. 내가 복자기다 하고선 뽐을 내고 서 있거든. 야발지다고들 하지. 야발이 무슨 뜻이냐고? 작가가 그걸 나한티 묻네? 사전적 의미로야 얄밉고 되바라지다,요. 복자기를 말할 때 야발지다고 하는 건 워낙 잘나서 얄밉다는 뜻이겠지.>
신경숙 작가가 지난 봄 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다가 복자기 단풍에 대해 아름답게 쓴 대목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 위에 인용한 부분은 아버지와 함께 6·25전쟁을 겪어낸 ‘박무릉’이라는 사람 시각으로 아버지를 조명하는 챕터에 있습니다. 복자기에 대해 ‘단풍 들 때는 참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붉은빛이 새 새끼 눈처럼 반짝반짝’, ‘먼 디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야발지다’ 같은 다양한 표현으로 복자기 단풍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같이 좋은 표현들을 썼을까요? ^^
마침 복자기가 단풍 들 때입니다. ^^ 복자기는 단풍 중에서 아래 사진처럼 3개의 작은 잎 한 세트(3출엽)를 이루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복자기는 신경숙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단풍 색깔이 가장 붉고 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광릉 국립수목원에 단풍에 들면 유난히 선명하고 붉은 것은 이 수목원에 복자기나무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우리나라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요즘은 선명한 단풍을 보기 위해 공원이나 길거리에도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복자기나 다음에 설명할 복장나무는 이름이 특이한데, 정확한 유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쟁이를 뜻하는 ‘복자(卜者)’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복장나무는 작은 잎이 3장이 모여 달리는 것이 복자기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복자기는 작은 가지나 잎 뒷면에 털이 많이 있지만, 복장나무는 털이 거의 없습니다. 더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복자기 잎 가장자리에는 큰 톱니가 2~4개밖에 없지만 복장나무 잎에는 톱니가 촘촘하다는 점입니다. 복장나무는 높은 산에서 주로 자라고 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복장나무는 항상 복자기와 세트로 나옵니다. ^^ 서울에 아직 본격적으로 단풍이 들지도 않았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
◇더 읽을거리
-올 단풍 절정 지리산 10월 20일, 설악산·내장산 23일!
-단풍 구분1/신나무 고로쇠 단풍 당단풍 섬단풍…신고단당섬
-단풍 구분2/복자기 복장나무 중국단풍 은단풍 공작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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