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정말 '툭'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날까?

우면산 2020. 7. 2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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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에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실제로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본 적이 있습니다. ^^

 

달맞이꽃

 

박완서 단편 「티타임의 모녀」는 최고의 대학에다 부잣집 아들 출신인 운동권 남편과 사는 여공 출신 아내의 소외감과 불안을 다룬 소설입니다. 아들을 낳아 서울 변두리 3층집 옥탑방에 살 때가 가장 행복했는데, 그 옥상엔 집주인이 심어놓은 여러 꽃 중에 달맞이꽃도 있었습니다. 이 옥상에서 남편이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 기울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직 진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식물책에도 나오지 않는 사실이라 달맞이꽃 피는 밤에 몇 번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꽃잎이 벌어질 때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환청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내여서, 아주 고요한 곳이 아니어서였는지, 아니면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어느 정도 크기의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법정스님 일화에 이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나옵니다. 동아일보 오명철 문화부장이 법정스님과 전남 순천 불일암에서 3박4일 지낸 이야기를 쓴 글(동아일보 2003년 7월 28일자)에 <밤 8시경 달맞이꽃의 개화를 지켜보면서 승속(僧俗)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린다. 끝물의 꽃 한 송이가 망울을 터뜨리느라 애쓰는 모습을 애처롭게 보다 못한 스님이 “자, 기운내거라. 밤새 너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순간적으로 ‘툭’ 하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驚異)’였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스님은 불일암에 거처할 때 찾아온 사람들에게 달맞이꽃 피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해인 수녀도 생전 법정스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어느 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 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라고 썼습니다.

 

달맞이꽃 무리.

 

달맞이꽃은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입니다. 여름에 노란색 꽃이 잎겨드랑이마다 한 개씩 달립니다. 달맞이꽃이 저녁에 피는 이유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박각시나 나방 등 야행성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기 때문이겠죠.

 

겨울에 공터 등에 가보면 땅바닥에 잎을 방석 모양으로 둥글게 펴고 바싹 엎드려 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냉이·민들레·애기똥풀·뽀리뱅이 등이 대표적인데, 그 중 잎 가장자리가 붉게 물들어 푸르지도 붉지도 않은 색으로 자라는 것이 달맞이꽃입니다. 이런 형태로 겨울을 견디다 봄이 오자마자 재빨리 새순이 나와 쑥쑥 자랍니다.

 

 

달맞이꽃은 어릴 적부터 보아온 아주 친근한 식물이지만 고향이 남미 칠레인 귀화식물입니다. 하지만 일찍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 잡아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파헤쳐 공터를 만들어 놓았거나 길을 만든 가장자리 또는 경사지에서 흔히 볼 수 있죠. 길쭉한 주머니같은 열매 속에 까만 씨앗이 들어 있는데, 한때 이 씨앗으로 짠 기름이 성인병에 좋다고 유행을 탄 적이 있습니다.

 

낮달맞이꽃.

 

요즘에는 낮에 꽃이 피게 개량한 낮달맞이꽃도 주택가 화단 등에 많이 심고 있습니다. 그냥 달맞이꽃보다 꽃이 좀 더 큽니다. 낮에 피면서 분홍색인 분홍낮달맞이꽃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해안가 모래땅에서 꽃이 작은 애기달맞이꽃도 볼 수 있습니다. 줄기는 땅에 누워 자라는데 끝부분은 위를 향합니다.

 

분홍낮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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