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결초보은의 풀 그령, 큰 강아지풀 수크령

우면산 2020. 7. 2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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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아지풀처럼 생겼죠 ^.^ 서울 청계천에 가면 아래 사진처럼 생긴 풀을 천변에 길게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크령입니다.

 

수크령.

 

수크령은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보는 것처럼, 원통형 이삭이 달린 것이 강아지풀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훨씬 커서 60cm 정도에서 1m까지 자랍니다. 이삭을 만져보면 보들보들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

 

수크령이란 이름은 수놈 그령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암그령에 해당하는 식물이 있겠지요? 바로 그령입니다. 한 식물의 암, 수가 아니라 그령은 좀 작아서 여성 같은 이미지, 수크령은 억세고 강한 이미지여서 각각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령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다는 뜻의 결초보은(結草報恩)에 나오는 풀입니다. 이 풀은 억세서 묶은 다음 발로 툭툭 차도 여간해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그걸 이용해 노인이 딸을 살려준 은혜를 갚았다는 것이 중국 고사 내용입니다.

 

그령을 묶어놓은 모습.

저는 은혜를 갚기 위해 풀을 묶은 적은 없고, 장난삼아 그령을 묶은 적은 있습니다. ^^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가는 길에 난 풀을 묶어 놓고 멀리서 지커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자 담임선생님이 지나가다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혼비백산 도망친 적이 있습니다. ^^ 식물에 관심을 가진 다음 그 풀 이름이 그령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릴 적 학교를 오가는 길가에 여름이면 풀이 무성했고, 길 가운데는 그령이 차지했습니다. 최근엔 웬만한 길은 포장을 해서 그령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대신 서울 등 도심에서 수크령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모양을 가진 수크령을 조경 소재로 많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크령은 건조에 강하고 옮겨 심어도 잘 자라 하천 주변을 정리할 때 많이 심고 있다고 합니다.

 

김향이의 베스트셀러 동화 『달님은 알지요』에는 많은 꽃과 식물이 등장하는데, 수크령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빠를 기다리는 어린 송화가 강가에 앉아 외로움을 달랠 때 ‘강가 습지에는 갈대와 부들이 배게 자랐고, 조리풀, 수크령들이 얼크러져서 몸을 숨기기에 좋았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리풀은 골풀이라는 수생식물의 다른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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