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이 제가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가끔 “겨울에는 무슨 꽃을 보러 다녀?”라고 묻습니다. 그럴 경우 제 대답은 “겨우살이”라는 것입니다. ^^
겨울 산에서 긴 망원렌즈를 갖고 나무 위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사람이 있으면 겨우살이 보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 특히 눈이 내린 직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겨우살이를 담는 것은 꽃쟁이들의 로망 중 하나입니다.
겨울에 등산하다보면 높은 나뭇가지에 새 둥지 같은 것들이 달린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중 새 둥지가 아니고 초록색 식물인 경우가 있습니다. 잎과 줄기는 초록색이고 콩알만한 연노랑색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면 겨우살이입니다. ^^
겨우살이는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숙주 나무 가지에 뿌리를 내려 물이나 양분을 일부 빼앗는 반(半)기생식물입니다.
겨우살이는 상록성이라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지만 다른 계절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숙주 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지는 겨울에야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겨우살이라는 이름도 겨울에 돋보이는 나무여서 생겼을 것입니다.
겨우살이는 열매가 연노랑색인데, 가끔 열매가 붉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열매가 붉은 것은 붉은겨우살이이고, 드물게 샛노란 열매를 꼬리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꼬리겨우살이도 볼 수 있습니다. 꼬리겨우살이는 낙엽성이라 잎이 다 떨어지고 열매만 남아 있습니다.
이어서 동백나무겨우살이와 참나무겨우살이입니다. 전남 목포와 제주도, 남해 섬지방 등 난대림 지역에서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감탕나무 등 상록수에 기생하는 동백나무겨우살이를 볼 수 있습니다.
잎은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 있고, 나무 전체가 녹색이며 가지는 보통 마주 달립니다. 다 커봐야 5~30㎝ 정도로 작고 가지가 녹색이어서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꽃은 보통 4~5월에 황록색으로 피는데 지름 1㎜로 아주 작고, 열매도 작은 이슬방울처럼 붙어 달립니다. ^^
참나무겨우살이는 제주도에서도 서귀포 쪽 바닷가 주변 나무에서 자랍니다. 이름만 참나무겨우살이이고 실제로는 삼나무에 많이 얹혀사는 편이고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왕벚나무, 동백나무 등에도 붙어 자란다고 합니다.
참나무겨우살이는 잎이 동백나무와 닮았지만 새잎의 양면에 갈색 가루가 덮여 있어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참나무겨우살이 꽃은 위 사진처럼 정말 신기하게 생겼는데, 9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11월 초순까지 핀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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