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억새밭의 분홍색 꽃 야고, 억새에 기생하나 공생하나

우면산 2020. 10.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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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 가면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억새 뿌리 쪽을 잘 보면 담뱃대처럼 생긴 분홍색 꽃 '야고'도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야고는 제주도, 전라도 섬지방에서 억새에 기생해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도 야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공원에 억새밭을 조성하면서 제주도에서 뿌리 채로 옮겨 심었는데, 야고도 따라와 적응한 것이다.

 

 

9~10월 상암공원에 가면 억새밭에서 카메라를 들고 억새 뿌리 부분을 살피며 다니거나 뿌리 쪽 사진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야고를 담으려는 사람들이다. 필자도 야고를 보려고 여러번 하늘공원에 갔지만 꽃피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해 몇번이나 허탕을 친 끝에 겨우 아래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야고.

 

 야고는 열당(초종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가 아주 짧아 잘 드러나지 않다가 9월쯤 꽃이 필 때쯤에야 보이기 시작한다. 꽃이 피면 한 뼘 남짓 줄기가 올라오고 그 끝에 분홍색의 독특한 꽃이 하나씩 달린다. 꽃은 원통 모양인데 손가락 두 마디쯤 길이다. 꽃이 지면 둥근 열매가 달리고 익으면 벌어지며 그 속에는 작은 씨앗들이 가득 들어 있다.

 

야고는 보는 것처럼 녹색이 없기 때문에 엽록소가 없다. 엽록소가 없으면 양분을 만들 수 없으니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가로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기생식물인 것이다. 참나무 등에 달라붙어 사는 겨우살이, 바닷가 모래땅에서 사철쑥에 양분을 기대는 초종용, 여러 종류의 쑥에 기생하는 백양더부살이 등이 대표적인 기생식물들이다.

 

억새 뿌리에 기생하는 야고.

 

 기생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않고 숙주 식물에 기대기 때문에 얌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조건이 까다로운만큼 보기가 힘들어 꽃쟁이들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식물들이기도 하다.

참나무 등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

 

 반면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책 「한국식물생태보감2(풀밭에 사는 식물)」에서 “일반적으로 기생과정은 숙주식물에서 기생을 받아줄 어떤 화학적 신호가 떨어져야만 시작된다”며 “이를테면 기생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전적으로 숙주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숙주의 배려와 아량으로 함께 살아갈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고가 남의 노고를 가로채며 산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자연 생태계에는 뻔뻔스러움도 얌체도 없다. 모두 절대 상호 의존이다”고 썼다. 그렇다면, 이 주장이 맞다면 야고는 억새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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