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에 경기도 가평 유명산에 다녀왔다. 마침 꽃향유가 제철이라 곳곳에서 특유의 자태를 보고 향기도 맡을 수 있었다.
야생화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서울 근교 산에서 처음 칫솔 모양으로 생긴 꽃향유를 보고 이름이 정말 궁금했다. 지금처럼 앱으로 물어볼 수 있는 시대도 아니어서 야생화 책을 한참 뒤져서 이름을 알아냈을 때 정말 기뻤다. 이 꽃은 왜 한쪽으로만 피는지 궁금해 다른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꽃 공부를 하면서 그 시절이 가장 재미있었다.
꽃향유는 꿀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키가 60㎝ 정도까지 자라는데, 약간 메마르고 건조한 자갈밭 등지에서 자란다. 10월쯤 인왕산·우면산 등 서울에 있는 산에서도 보라색 꽃이 핀 꽃향유 무리를 볼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향기를 갖고 있다. 바람이라도 훅 불어오면 어지러울 정도로 향기가 진하다. 우선 아래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자 ^^
자잘한 꽃이 모여 피는 것이나 좋은 향기가 있는 것은 배초향과 비슷하다. 하지만 배초향은 꽃대에 빙 둘러 꽃이 피지만, 꽃향유는 꽃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마치 칫솔 또는 브러쉬 모양으로 피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향유도 꽃이 한쪽으로만 피지만, 꽃향유보다 꽃 색깔이 좀 옅은 보라색이고 꽃이 성글게 피는 점이 다르다. 향유도 요즘 산에 가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다.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배초향, 향긋한 잎 좋고 연보라색 꽃도 좋고 ^^), 배초향은 잎이 작은 깻잎처럼 생겼고, 원기둥 꽃대에 자잘한 연보랏빛 꽃이 다닥다닥 피는 꿀풀과 식물이다. 남부 지방에서는 방아, 방아잎이라 부르며 잎을 먹는다. 산에서도 자라지만 마당이나 텃밭 한쪽에 심어 잎을 따 쓰는 식물이기도 하다. 잎을 문질러보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좋다. 라벤더, 로즈마리가 서양 허브라면 배초향은 '토종 허브'라고 할 수 있다.
꽃향유나 향유는 향기가 배초향보다 진했으면 진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좋은 향이 있는 식물을 방향성(芳香性) 식물이라 하는데, 배초향 꽃향유 향유를 방향성 식물 3형제로 묶어도 좋을 것 같다. ^^
배초향은 이제 끝물이지만, 꽃향유, 향유는 요즘이 제철이다. 꽃색이 아름답고 독특해 가을 산행을 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꽃이기도 하다. 산길을 가다 보라색 또는 진한 홍자색으로 치솔 모양으로 피어 있는 꽃이 있으면 꽃향유가 틀림없으니 잠시 눈을 맞추고 꽃향유 특유의 향기도 음미해보기 바란다.
'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닷가 들국화, 해국을 바다 버전으로 담는 로망 ^^ (8) | 2020.10.07 |
---|---|
계수나무 노랗게 단풍 들 때 카라멜 향기가 나는 이유 (8) | 2020.10.05 |
억새밭의 분홍색 꽃 야고, 억새에 기생하나 공생하나 (8) | 2020.10.04 |
억새는 산, 달뿌리풀은 개울가, 갈대는 강 하구 (11) | 2020.10.03 |
이고들빼기, 산길에 민들레만큼 흔한 노란 꽃 ^^ (6) | 2020.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