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원이나 수목원을 걷는데 문득 달콤한 카라멜(캐러멜) 향기가 밀려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주위를 둘러보면 십중팔구 계수나무가 있을 것이다. 계수나무의 달걀 모양으로 동글공글한 귀여운 잎들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향기가 나는 것이다. 달콤한 카라멜 냄새다. 계수나무에 단풍이 들면 잎 속에 들어 있는 엿당 함량이 높아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계수나무를 카라멜나무(caramel tree)라고도 부른다.
계수나무는 계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다. 아주 크게 자라서 25~30m까지도 자란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3~4월에 피지만 워낙 작아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 꽃잎도 없다. 수꽃 꽃밥은 길이 3~4mm에 불과하고 암꽃은 3~5의 암술로 이루어졌는데 암술머리는 실같이 가늘고 연한 홍색이다. 계수나무 꽃이 보잘것없는 것은 풍매화라서 굳이 화려한 꽃이나 향기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계수나무는 나무 모양도 보기 좋다. 줄기가 올라가면서 가지가 갈라지는데 마치 부챗살을 펼치듯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좋은 수형에 노란 단풍, 여기에 카라멜 향까지 조경수로 좋은 조건들을 두루 갖춘 것이다.
광릉 국립수목원에 가면 아주 큰 계수나무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계수나무의 부모 나무다.이 나무는 1900년대 초반에 심어졌는데 이 나무 씨앗들이 묘목으로 키워져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추석 연휴 때 경기도 가평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갈 일이 있었다. 자생수목원에 들렀더니 계수나무가 막 노란 물을 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달콤한 카라멜 또는 솜사탕 냄새가 밀려와 한참동안 음미했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계수나무에서 솜사탕 향기가 날 때) 부부싸움을 한 뒤에 저 나무 곁에 가면 그 향기에 취해 저절로 화해가 된다”고 말했다.
혹시 요즘 냉전 중인 부부가 있으면 함께 슬그머니 계수나무가 있는 공원에 가보면 어떨까. 솜사탕 향기에 냉전이 바로 풀리지 않을지라도 이유미 원장 얘기까지 하면 해빙의 계기는 마련되지 않을까. ^^
'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자화, 흰꽃·붉은색 꽃받침으로 두번 꽃 피는 나무 (2) | 2020.10.08 |
---|---|
바닷가 들국화, 해국을 바다 버전으로 담는 로망 ^^ (8) | 2020.10.07 |
칫솔처럼 생긴 꽃, 꽃향유·향유 형제 (2) | 2020.10.05 |
억새밭의 분홍색 꽃 야고, 억새에 기생하나 공생하나 (8) | 2020.10.04 |
억새는 산, 달뿌리풀은 개울가, 갈대는 강 하구 (11) | 2020.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