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공부하다보면 이름에 사족(蛇足)이 붙었다는 느낌을 주는 식물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식물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
먼저 참닻꽃(Halenia coreana). 원래 국내 자생 식물인 이 꽃 이름은 닻꽃이었습니다. 닻꽃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에도 분포합니다. 그런데 2020년 유전자(DNA) 분석 결과, 화악산 등 국내에 자생하는 닻꽃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신종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학명과 국명이 기존 ‘닻꽃(Halenia corniculata)’에서 '참닻꽃(Halenia coreana)'으로 변경됐습니다.
참닻꽃은 닻꽃보다 거(距·꽃뿔)가 더 길고 좁으며 안으로 굽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신종을 등록하면서 국내 닻꽃을 참닻꽃으로, 중국·일본에 있는 닻꽃을 그냥 닻꽃이라 한 점입니다. 학명을 새로 정리하면서 국명도 국내 닻꽃을 그냥 닻꽃으로 바꾸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
앉은부채도 비슷합니다. 원래 앉은부채(Symplocarpus renifolius)였는데, 2021년 발표된 논문에서 일본산 앉은부채와는 다른 것으로 밝혀져 한국앉은부채(Symplocarpus koreanus)라는 새로운 학명과 국명을 얻었습니다.
한국앉은부채는 앉은부채에 비해 잎과 불염포가 전체적으로 작고, 염색체 수가 한국앉은부채는 2배체(2n=30)인데 앉은부채는 4배체(2n=60)여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 앉은부채를 뭐라 부르든 국내 앉은부채를 앉은부채라고 부르면 될텐데 왜 굳이 ‘한국’을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울릉솔송나무도 비슷한 경로로 사족을 달고 있습니다. 2017년 국내 과학자들은 울릉도와 일본에 자생하는 솔송나무의 형태·유전자 등 여러 형질을 비교 연구한 끝에 울릉도의 솔송나무에 '울릉솔송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동안은 울릉도 솔송나무는 일본산 솔송나무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울릉도 솔송나무를 그냥 솔송나무로 하면 될텐데 일본산 솔송나무를 그냥 솔송나무로, 울릉도 솔송나무를 울릉솔송나무로 부르는 것입니다.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는 지난달 회의에서 기존 털민들레 국명을 민들레로 바꾸면서 울릉솔송나무, 참닻꽃, 한국앉은부채 등 사족이 붙은 식물 이름을 정상화하는 문제도 논의했으나 우선 급한 민들레만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
비슷한 논란이 왕벚나무에도 있습니다. 왕벚나무 원산지가 일본이냐 제주도냐 논란이 있었는데, 2018년 유전자 분석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럼 어느 것을 그냥 ‘왕벚나무’로 부를 것이냐 문제가 생겼습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은 일본 왕벚나무 학명과 국명을 그대로 두고, 제주도 왕벚나무는 학명을 ‘Prunus × nudiflora (Koehne) Koidz.’, 국명을 ‘제주왕벚나무’로 정리했습니다. 왕벚나무라는 이름을 일본 왕벚나무에 준 것입니다.
일부 주장처럼 일본산 왕벚나무를 ‘소메이요시노벚나무’ 또는 일본왕벚나무라고 부르면 전국 150만 그루가 넘는 가로수 왕벚나무를 그렇게 불러야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얘기입니다. ^^ 국립수목원은 “다만 제주왕벚나무 증가 속도와 국민 정서 등을 보면서 시간을 갖고 판단해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 읽을거리
-벚나무·왕벚나무·산벚나무·올벚나무·잔털벚나무 구분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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