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토종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부를 수 없었느냐고요? 그렇습니다. 2년 가까이 토종 민들레를 정확하게 부르려면 ‘털민들레’라고 불러야했습니다. 오늘은 되찾은 민들레 이름 이야기입니다. ^^
지난해 3월28일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www.nature.go.kr/kpni/)에서 ‘민들레’라는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이트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국가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와 함께 학자들은 물론 식물 애호가들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목록입니다.
그동안 토종 민들레에 ‘Taraxacum platycarpum’라는 학명을 써왔는데, 이 종은 일본 고유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답니다. 대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민들레로 동정해온 식물은 털민들레(Taraxacum mongolicum)로 보는 것이 맞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토종 민들레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식물에 대한 종 분류 변경이 불가피하면, 학명을 바꿀 때 국명(한 국가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 국어의 표준어에 해당)도 조정해주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이후 토종 민들레를 정확하게 부르려면 ‘털민들레’라고 불러야했습니다. 민들레를 민들레라 부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학술적으로 학명을 바꾸더라도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우리말 이름을 없애는 것은 곤란하겠죠.
다행히 국립수목원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고 지난 21일 열린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에서 기존 털민들레 국명을 민들레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날인 22일 국가표준식물목록도 수정했습니다. 이제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날 목록심의위에서는 울릉솔송나무로 불러야하는 솔송나무, 참닻꽃이라 불러야하는 닻꽃, 한국앉은부채라고 불러야하는 앉은부채 문제도 논의했으나 우선 급한 민들레만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
그렇지 않아도 우리 토종 민들레는 맹렬하게 번식하는 서양민들레에 밀려 요즘엔 시골에 가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토종 민들레는 꽃을 아래에서 감싸는 총포 조각이 위로 딱 붙어 있지만, 서양민들레는 이 총포 조각 일부가 아래로 젖혀져 있는 점이 다릅니다. ^^
이 문제를 다룬 국가식물목록분과 위원 11명은 모두 식물학자로만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식물 이름이 식물분류학자들만 쓰는 것이 아닌만큼 우리말을 다루는 사람도 참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민들레 사태’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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