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이제 민들레를 민들레라 부르세요 ^^

우면산 2023. 12. 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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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토종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부를 수 없었느냐고요? 그렇습니다. 2년 가까이 토종 민들레를 정확하게 부르려면 털민들레라고 불러야했습니다. 오늘은 되찾은 민들레 이름 이야기입니다. ^^

 

지난해 328일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www.nature.go.kr/kpni/)에서 민들레라는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이트는 환경부가 운영하는국가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와 함께 학자들은 물론 식물 애호가들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목록입니다.

 

민들레가 사라졌던 국가표준식물목록. 최근 털민들레 국명이 민들레로 변경됐다.

 

그동안 토종 민들레에 ‘Taraxacum platycarpum’라는 학명을 써왔는데, 이 종은 일본 고유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답니다. 대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민들레로 동정해온 식물은 털민들레(Taraxacum mongolicum)로 보는 것이 맞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토종 민들레. 서양민들레에 밀려 요즘은 시골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다.

 

토종 민들레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식물에 대한 종 분류 변경이 불가피하면, 학명을 바꿀 때 국명(한 국가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 국어의 표준어에 해당)도 조정해주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양민들레. 꽃을 감싸는 총포 조각이 뒤로 젖혀져 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이후 토종 민들레를 정확하게 부르려면털민들레라고 불러야했습니다. 민들레를 민들레라 부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학술적으로 학명을 바꾸더라도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우리말 이름을 없애는 것은 곤란하겠죠.

 

다행히 국립수목원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고 지난 21일 열린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에서 기존 털민들레 국명을 민들레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날인 22일 국가표준식물목록도 수정했습니다. 이제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날 목록심의위에서는 울릉솔송나무로 불러야하는 솔송나무, 참닻꽃이라 불러야하는 닻꽃, 한국앉은부채라고 불러야하는 앉은부채 문제도 논의했으나 우선 급한 민들레만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

 

솔송나무 잎과 열매. 정확히는 울릉솔송나무라고 불러야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토종 민들레는 맹렬하게 번식하는 서양민들레에 밀려 요즘엔 시골에 가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토종 민들레는 꽃을 아래에서 감싸는 총포 조각이 위로 딱 붙어 있지만, 서양민들레는 이 총포 조각 일부가 아래로 젖혀져 있는 점이 다릅니다. ^^

 

이 문제를 다룬 국가식물목록분과 위원 11명은 모두 식물학자로만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식물 이름이 식물분류학자들만 쓰는 것이 아닌만큼 우리말을 다루는 사람도 참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민들레 사태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더 읽을거리

 

-북한산 아래에서 만난 토종 민들레 ^^ 

 

-민들레 서양민들레 알프스민들레 서양금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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