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장산 가는 길에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내장산 입구 마을에서 연보라색 꽃이 잔뜩 핀 나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볼 필요도 없이 멀구슬나무인 것이 분명했습니다. ^^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다가가니 멀구슬나무꽃에서 나는 고급스럽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왔습니다. 고급 향수를 닮은 매혹적인 향기였습니다. ^^
멀구슬나무 꽃은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연보랏빛으로 자잘하게 핍니다. 꽃을 보면 꽃잎과 꽃받침조각이 각각 5~6개씩 있고, 가운데에 자줏빛인 독특한 원통 모양이 있는데 10개의 수술이 합쳐진 것입니다. ^^
멀구슬나무는 히말라야 등 아시아와 호주 원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심어 키운 나무입니다. 남부지방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중부지방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가면 동네마다, 어느 곳은 집집마다 멀구슬나무를 심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나무 설명에는 ‘전남, 경남, 제주에서 식재’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고창군청에 천연기념물(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 천연기념물 503호) 멀구슬나무가 있고 정읍에서도 잘 자라고 있으니 적어도 전북 남부까지는 문제없이 자라는 것 같습니다. ^^
멀구슬나무는 꽃이 피었을 때도 볼만하지만 사실 열매가 달렸을 때 더 대단합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을 지나다보면 대추 모양의 둥근 노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 잇따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제주도와 남해안에 왜 이렇게 멀구슬나무가 많은지 궁금했습니다. 어귀에 멀구슬나무가 없는 동네가 없다시피했고, 멀구슬나무를 가로수로 길게 심어놓은 동네도 있었습니다.
좀 찾아보니 이 나무가 성장이 빠르고 재질이 단단하며 무늬가 아름다워 이 나무로 가구나 악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장롱을 해주려고 오동나무를 심었는데, 남쪽에서는 오동나무 대신 멀구슬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
또 멀구슬나무 열매를 옛날에 구충제로 이용했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쓸모가 많은 나무이니 동네마다, 때로는 집집마다 멀구슬나무를 심어놓은 것입니다. ^^
멀구슬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나무구슬 즉, '목(木)구슬'이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습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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