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서 갈매나무를 만났습니다. ^^ 한달 전쯤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 정원에서 갈매나무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서오릉에서 만난 것입니다. ^^
백석이 1948년 남한 문단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 ‘남(南)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마지막 부분엔 갈매나무가 나옵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시는 백석이 해방 직후 만주를 헤매다 신의주에 도착했을 즈음 쓴 시인데,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외롭게 눈을 맞고 서 있는 갈매나무로 표현했습니다. 갈매나무가 어떤 나무이기에 백석이 드물다, 굳다, 정하다 등 형용사를 세 개나 붙였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그러나 대개 다른 곳에 있는 갈매나무도 마찬가지지만, 서오릉에 있는 갈매나무도 백석 시에 나오는 이미지와는 좀 다른 느낌을 줍니다. ^^ 드문 것은 맞지만, 굳고 정한 나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한 나무’에서 ‘정한’을 ‘정(淨)한’으로 해석해도, ‘정(貞)한’으로 해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깨끗한’이냐, ‘곧은’이냐 차이입니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한양대 정민 교수는 한 글에서 ‘정(貞)한’ 즉 ‘곧은’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했더군요.
참고로 갈매나무는 참갈매나무 등 다른 갈매나무 종류에 비해 잎이 넓고, 어린 가지 끝에 가시가 잘 생기지 않으며, 비교적 고지대에서 자랍니다. 반면 참갈매나무는 갈매나무에 비해 잎이 좁고 길며, 어린 가지 끝에 가시가 잘 생기고, 비교적 낮은 비대에서 자라는 종입니다. 그래서 참갈매나무는 가지 끝마다 가시가 있습니다.
◇더 읽을거리
-서울에서 백석의 갈매나무 보고 싶다면? 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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