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에 녹색이 섞인 유백색 꽃이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회화나무 꽃으로, 꽃 하나하나를 살펴 보면 꼭 마른반찬 만드는 꼴뚜기 같습니다. 작은 오징어 같기도 합니다. ^^
길바닥에서 이런 꼴뚜기를 보고 위를 올려다보면 어김없이 회화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회화나무는 서울 등 도심 공원이나 길가에 제법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꽃을 자세히 보면 콩꽃처럼 생겼습니다. 회화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입니다.
회화나무는 잎이나 전체적인 모양이 아까시나무같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가시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까시나무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시가 없으면 회화나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
회화나무는 원래 조선시대 서원을 열면 임금이 하사한 나무로, 학자나무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래서 서원이나 고궁 등에 회화나무 노거수들이 많습니다. 덕수궁이나 창덕궁 등 고궁에서도 몇백 년 자란 거대한 회화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에는 몇년전과는 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광화문에 걷기좋은 보행거리 등을 조성하며 생긴 화단에 나무수국 등을 많이 심어놓았다는 것입니다. ^^
나무수국은 수국의 한 종류인데, 꽃색이 흰색에 가깝습니다. 꽃송이가 둥근 공 형태인 수국과 달리 둥근 원뿔형입니다. 나무수국 꽃송이는 꽃이 피면서 아래로 살짝 늘어지듯 달리기 때문에 구분하기 쉽습니다. ^^
자세히 보면 나무수국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한 나무에는 무성화와 유성화 두 가지 종류의 꽃이 같이 피고, 무성화만 핀 나무들도 있습니다. 무성화와 유성화가 같이 핀 것이 나무수국이고, 무성화만 남긴 것은 큰나무수국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큰나무수국을 나무수국의 한 품종으로 보기도 합니다. ^^
또하나, 요즘 서울을 비롯해 주변에서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는 흰색 계열 나무 꽃이 있습니다. 바로 쉬나무 꽃으로, 특히 서울 남산 등에서 이 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쉬나무는 운향과의 큰키나무로 키가 10~15m정도까지 자라고 전국의 낮은 산지나 민가 근처에서 자랍니다. 공원에 조경수로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꽃이 피었는데, 6∼7월 가지 끝에서 나온 꽃줄기에 노란 꽃밥을 가진 꽃잎 5장의 조그만 흰꽃이 빽빽하게 달려 우산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쉬나무는 잎 뒷면 맥겨드랑이에 흰털이 있는 것이 구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
가을에 열매가 열리면 5갈래로 갈라지면서 검고 윤이 나는 타원형의 씨앗이 여러개 보입니다. 석유가 들어오기 전에는 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잔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이 이사 갈 때 회화나무와 함께 씨를 가져간 나무라고 합니다. ^^
특히 쉬나무 열매에서 채취하는 기름은 양도 많고, 품질도 몹시 좋아 그으름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붉이 밝아 횃불용으로도 쓰였고, 봉화를 올리는데도 썼다고 합니다. 봉수대가 있던 서울 남산에 특히 쉬나무가 많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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