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백석의 나무는 갈매나무, 꽃은 ○○○꽃 ^^

우면산 2024. 1. 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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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마지막 부분엔 '바구지꽃'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눈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여기서 바구지꽃은 어떤 꽃일까요? 2007년 나온 책 방언 이야기에 들어있는, 유종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논문 시와 방언엔 박구지꽃을 박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이 글에서 두 말할 것도 없이바구지꽃은 박꽃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

 

박꽃.

 

바구지꽃은 백석의 다른 시 야우소회(夜雨小懷)’란 시 끝부분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동이, 노랑나비, 바구지꽃, 메밀국수, 남치마, 자개, 짚세기, 그리고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이로구나.>

 

반면 백석 평전을 쓴 안도현 시인은 ‘흰 바람벽이 있어에 나오는바구지꽃은 박꽃이 아니라 미나리아재비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백석의 다른 시 ‘박각시 오는 저녁에 나오는바가지꽃은 박꽃이 맞지만, ‘바구지꽃은 미나리아재비꽃이라는 것입니다(한겨레신문 2013년 기고). 흰 박꽃과 노란 미나리아재비의 이미지 차이는 큽니다. ^^

 

미나리아재비.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미나리아재비를 찾아보니 북한명이 바구지입니다. 아마 안도현 시인은 이를 근거로 백석 시에 나오는 바구지꽃은 미나리아재비꽃이라고 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바구지꽃은 미나리아재비라고 해석해놓은 글들이 많아졌습니다.

 

미나리아재비.

 

다만 시흰 바람벽이 있어에서 바구지꽃을 미나리아재비로 해석하면 좀 생뚱맞고, 박꽃으로 보면 더 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바구지꽃 바로 앞에 나오는 것이 초생달이니 박꽃이 나오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야우소회에 나오는 시어들도 다 흔하고 토속적인 것들이라 박꽃이 더 잘 어울리기는 합니다. ^^

 

미나리아재비는 산지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논·밭둑에서도 자라기 때문에 토속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독초의 하나여서 박꽃처럼 우리 생활에 밀접한 식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

 

갈매나무. 전주수목원.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네이버 등을 검색해보면 다시 바구지꽃을 박꽃으로 해석해놓은 글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도 좀더 공부를 해서 다시 한번 글을 올리든지 하겠습니다. ^^ 어떻든 백석의 나무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갈매나무라면, 백석의 꽃은 바구지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읽을거리

 

-계방산에서 만난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이 사랑한 꽃, 수선화(김연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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