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뚱딴지입니다. 추석 즈음 고향에 가면 언제나 반겨주는 꽃입니다. ^^ 땅속에 감자 모양의 덩이뿌리가 발달해 '돼지감자'라고도 합니다.
저는 삼잎국화와 헷갈리는데, 잘 보면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뚱딴지는 잎이 보통 잎처럼 긴 타원형이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삼잎국화는 잎이 여러 갈래(3~7갈래)로 갈라지는 점이 다릅니다. 또 뚱딴지는 꽃 중심부가 평평한 편인데, 삼잎국화는 반구형으로 불룩합니다.
뚱딴지라는 이름은 감자같이 생긴 덩이뿌리 모양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삼잎국화는 잎이 삼베를 짜는 삼잎과 비슷하다고(숫자 셋과는 무관하게) 붙은 이름이라는데 저희만 해도 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그냥 외울 수밖에 없습니다. ^^ 꽃잎이 여러 겹인 겹삼잎국화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나래가막사리는 뚱딴지나 삼잎국화 비슷하지만 좀 다른 식물입니다. 줄기에 날개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몇년전 치악산에 갔다가 나래가막사리가 엄청 퍼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단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종 원추천인국입니다. 노란색 꽃잎 안쪽이 자갈색을 띱니다. 꽃 중심부가 원추형이라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흔히 속명인 루드베키아(Rudbeckia)라고도 부릅니다. 삼잎국화도 루드베키아속이랍니다.
복거일 소설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은 미군 기지촌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데, 뚱딴지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나옵니다. 3년 전 이맘때 페이스북에 뚱딴지 사진을 올리자 한 페친이 이 소설에 뚱딴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
<우리가 파주에 살았을 때, 한번은 아버지께서 돼지감자를 많이 심으셨다. 돼지감자의 왕성한 번식력이 마음에 드신 것이었다. 아버지께선 돼지감자를 먹이로 삼아 돼지를 키우실 생각이셨다. 그러나 돼지들의 생각은 달랐다. 돼지감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다른 먹이가 있으면, 돼지감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버리기 아까워서 많이 먹은 우리 식구들만 배탈이 났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우리 밭엔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돼지감자들이 곳곳에서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니께선 화가 나셔서 콩밭 위로 솟은 돼지감자들을 보는 대로 뽑아내셨지만, 돼지감자들은 다음 해에도 돋아났다. (중략)
뒷날 나는 돼지감자가 표준어로는 뚱딴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뒤로 뚱딴지라는 말을 듣게 되면, 나는 콩밭에 뚱딴지처럼 솟아서 노란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둘레를 굽어보는 돼지감자를 떠올리고 미소를 짓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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