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동자꽃, 주황색 동자승의 넋

우면산 2020. 8. 1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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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은 눈에 잘 띄는 독특한 색깔과 고운 자태에다 이름까지 특이해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꽃이다.

 

이 꽃이 동자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암자를 떠난 스님을 기다리다 죽은 동자(童子)에 얽힌 설화 때문이다. 설악산 마등령 자락에 백담사 부속 암자로 관음암이 있었다. 그런데 조선 인조 때 다섯 살짜리 동자승이 한겨울 암자에서 홀로 스님을 기다리다 성불했다고 해서 암자 이름을 관음암에서 오세암으로 고쳤다고 한다. 정채봉의 동화 『오세암』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동자꽃. 꽃잎이  5 개인데, 꽃잎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하트 모양이다 . 

 

동자승을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자 이듬해 여름 그 자리에 동자승 얼굴처럼 동그랗고 발그레한 주황색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을 동자의 넋이 피어난 것으로 여겨 동자꽃이라 불렀다. 동자꽃은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처럼 지금도 항상 산 밑을 바라보며 꽃을 피운다고 한다. 동자꽃은 가만히 보면 꼭 귀여운 동자가 웃는 모습과 닮았다.

 


동자꽃은 카네이션·패랭이꽃과 함께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울릉도 같은 섬지방을 제외하고는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분포해 있다.

 

동자꽃.

 

꽃은 줄기 끝과 잎 겨드랑이에서 나와 한 송이씩 피어난다. 꽃받침은 긴 곤봉 모양으로 꽃잎을 감싸고, 꽃잎은 5개다. 꽃잎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좀 복잡하다. 꽃잎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영락없는 하트 모양이다. 꽃잎 양쪽에 1개씩 좁은 조각이 있는 것이 이 꽃의 특징이다. 줄기에서 마주 나는 잎은 긴 타원형에 가깝다.

 


이 꽃은 원래 높은 산에서 자랐으나 지금은 화단에도 많이 심고 있다.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서 동자꽃을 사다 키운 적이 있는데, 아파트 베란다라 그런지 제 색깔이 나지 않고 꽃도 오래가지 않았다. 역시 꽃은 제 자리에서 피어야 제 색깔을 내는 모양이다.

 

제비동자꽃. 꽃잎이 제비의 꼬리처럼 가늘고 깊이 갈라졌다. 

 

동자꽃과 비슷한 종류로는 짙은 홍색의 꽃잎이 제비의 꼬리처럼 가늘고 깊이 갈라진 제비동자꽃이 있다. 제비동자꽃은 꽃이 워낙 독특해서 한번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잎과 줄기에 흰색 털이 많이 나 있고 꽃잎도 깊이 갈라진 동자꽃도 있다. 털동자꽃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산지, 즉 추운 곳에서 자라 털이 많은 모양이다. 아래 사진은 국립수목원에서 담은 것이다. 깊게 갈라진 순서로는 동자꽃 < 털동자꽃 < 제비동자꽃 순이다.

 

털동자꽃. 잎과 줄기에 흰색 털이 많이 나 있고 꽃잎도 동자꽃 꽃잎보다 깊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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