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도도한 물봉선, 패션 감각도 남달라

우면산 2020. 8. 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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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공부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이 찍은 야생화 10개를 꼽는다면 아마 물봉선이 들어갈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산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고, 또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만큼 매혹적인 꽃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남한산성에서 물봉선이 첫 꽃망울을 터트린 것을 보았다. 물봉선이 피면 소개하려고 기다렸기 때문에 보자마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

 

물봉선.

 

물봉선은 봉선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화단에 피는 봉선화가 어릴 때 손톱 물들인 추억의 꽃이지만 사실은 인도 원산의 외래종이다. 우리 고유의 봉선화가 있는데 바로 우리 산 개울가 등 습지에서 자라는 물봉선이다.

 


물봉선은 봉선화처럼 줄기에는 불록한 마디가 있고, 홍자색 꽃은 잎술처럼 둘로 나뉘는데 그 사이로 흰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무늬가 있어서 매력을 더하고 있다. 패션감각이 남다르다고 할까. 꿀주머니는 카이젤 수염처럼 동그랗게 말리는 것도 재미있다.

 

물봉선 무리.

 

가을에 익는 열매는 봉선화 종류인 만큼 작은 자극에도 터져 씨앗이 튀어 나간다. 마치 가까이 가면 ‘흥~’ 하고 뒤돌아서는 도도한 아가씨 같다. ^^ 그 동작이 얼마나 잽싼지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씨앗이 튀어나가 씨앗을 모으기가 참 힘들다. 거의 모기 잡듯 양손을 모으고 다가가야 몇 개 건질 수 있다. 씨앗이 어디론가 튀어나간후 열매껍질을 보면 용수철처럼 말린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기준으로 이제 막 피기 시작했으니 추석 무렵엔 어느 산에나 물봉선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노랑물봉선도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물봉선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잎이 노랗고 자잘한 붉은 반점이 있다. 잎도 물봉선은 끝이 뾰족하지만 노랑물봉선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 둥근 편이다. 꿀주머니도 말리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엉성한 느낌도 없지 않다.

 

노랑물봉선.

 

끝으로 원예종 봉선화(鳳仙花)는 꽃의 모양이 머리와 발·꼬리를 세우고 있는 봉황새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봉숭아가 외래종이라고는 하지만 고려시대부터 심은 기록이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그냥 우리 식물이라고 보아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흔히 봉숭아라고 하지만 봉선화가 추천명이 봉선화로 쓰는 것이 좋겠다.

 

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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