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투구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왜 투구꽃이라 했을까요? 꽃을 보면 금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쪽 화피가 투구 또는 고깔처럼 전체를 덮고 있는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한 꽃대에 10여 송이까지 달려 있는데 영락없이 병사들이 질서 정연하게 보초를 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투구꽃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 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해발 400m 이상 계곡과 능선에서 산다고 하니 웬만한 등산로에선 볼 수 있겠습니다. 8월 말 피기 시작해 9~10월 절정을 이루기 때문에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꽃 색깔도 가을 높은 산에 많은 보라색입니다.
투구꽃은 식물은 움직이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식물입니다. ^^ 투구꽃에는 큼직한 덩이뿌리가 달리는데, 이게 해마다 썩고 이듬해에는 옆으로 뻗은 뿌리에서 새싹이 나옵니다. 조금씩 이동하는 것입니다. 뿌리가 같은 장소에만 있으면 필요한 양분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투구꽃은 맹독성 식물로도 유명합니다. 덩이뿌리의 독성이 식물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날 사약의 재료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뿌리가 독성이 가장 강하지만, 꽃잎이나 잎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투구꽃을 만진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면 퉁퉁 부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투구꽃 뿌리를 '초오(草烏)'라 부르며 희석시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하게 하는 약재로 쓰고 있습니다. 잘못 쓰면 독이지만 잘 쓰면 약인 것입니다.
투구꽃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로는 진범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투구꽃보다 좀 작고, 꽃이 긴 고깔 모양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리가 헤엄치는 모양 같기도 합니다. 투구꽃 보러 갈 때 꼭 보이는 식물입니다.
투구꽃 하면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텐데,각시투구꽃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고 북한이나 중국 쪽 백두산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각시투구꽃은 1m까지 자라는 투구꽃에 비해 크기가 20㎝ 정도로 작다고 '각시'라는 접두사가 붙었답니다. 꽃 이름에 각시, 애기 등이 붙어 있으면 작다는 뜻입니다. 영화 내용은 각시투구꽃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요즘 말로 낚시성 제목을 붙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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