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생태계 파괴?” 미국자리공은 억울하다

우면산 2020. 8. 24. 05:52
반응형

 

어릴 적 동네 지저분한 언덕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곳 주변엔 줄기가 유난히 붉은 식물이 자랐다. 붉은색 줄기에 연두색 이파리가 대조를 이루어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아이들 키만큼 자라면 늦여름부터 작은 포도송이처럼 검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심심하면 그 열매를 따서 물감처럼 얼굴에 바르며 놀기도 한 것 같다. 미국자리공이었다.

 

검붉은 열매가 매혹적으로 보였지만 어른들이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해서 혀에 댔다가도 금방 뱉어낸 것 같다. 여기에다 좀 지저분한 곳에 자라는 식물이라 그리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미국자리공 열매.

 

요즘 서울에서도 사람들 손을 탄 산이나 언덕, 공터에서 미국자리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때 미국자리공은 오염의 지표식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미국자리공이 독소를 내뿜고 독성을 지닌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서 주변 토양을 산성화 시킨다는 주장도 있었다.

 

미국자리공.

 

미국자리공은 1950년대 미국 구호물자에 묻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귀화식물이다. 그러나 미국자리공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자리공이 토양을 산성화시킨다기보다 산성 토양에서도 잘 자랄 뿐이고, 숲속이나 음지에서 견디는 내음성(耐陰性)이 강해 쉽게 번성하는 것이다. 이유미 전 국립수목원장은 책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에서 “청정지역 해안가에도 미국자리공이 있는 것을 보면 오염된 곳에만 사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다른 풀들이 사라진 곳에서도 견딜 만큼 강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자리공.


자주 가는 서울 안산 자락길을 돌다 보면 여기저기서 미국자리공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릴적에는 좀 흉하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단지 생존력이 좋은 식물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요즘엔 그냥 최선을 다하는 식물로 보인다. 다만 뿌리는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자리공과 비슷한 식물로 우리 토종인 자리공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자리공이 있다. 미국자리공은 꽃과 열매가 아래로 쳐지면서 자라고 줄기가 붉은색이다. 그냥 자리공은 꽃과 열매가 위로 향하고 줄기가 녹색인 점이 다르다는데, 거의 볼 수 없다. 주변에서 보이는 자리공 비슷한 것은 미국자리공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리공과 섬자리공 모습이 궁금한 분은 앞의 파란색 링크 클릭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