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불륜일까 연민일까? ‘물매화 사랑’

우면산 2024. 9. 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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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야생화를 고르라면 물매화가 빠질 수 없겠죠? 그렇지 않아도 요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물매화 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매화가 핀 깊은 골짜기를 가지 않더라도 물매화의 기품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문학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전상국의 단편소설 ‘물매화 사랑’입니다. ^^
 

물매화.

 
이 소설은 물매화로 시작해 물매화로 끝나는 소설입니다. 물매화 싹이 막 나오는 무렵부터 마침내 꽃이 피기까지 과정이 다 담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물매화가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
 
소설은 시어머니·남편과 갈등으로 가지울이라는 산촌에 칩거하는 한 여성 시각으로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집 근처엔 요양을 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여성의 집에 들렀다가 물가에 물매화라는 식물이 자라는 것을 알고 큰 관심을 보입니다. ^^
 

물매화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립스틱 물매화'. 물매화 중에서 꽃밥 부분이 붉은색인 것.

 
남자는 자주 찾아와 물매화가 피었는지 확인하지만 물매화는 꽃망울만 맺혔을 뿐 피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는 흐릿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남자가 찾아오면 차를 한잔 내놓는 정도이고 둘 사이에 별다른 대화도 나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는 흐릿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아래는 마지막 부분, 드디어 물매화가 피는 대목입니다.
 
<백여 송이 물매화 꽃망울이 앞 다투어 한꺼번에 꽃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꽃망울이 모두 꽃으로 피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물이 충충하게 고인 도랑가 산기슭에 해맑은 우윳빛 유방운 한자락이 내려와 깔렸다. 그가 애타게 기다리던 물매화가 핀 것이다. (중략) 등 뒤에서 내 어깨에 올린 그의 손을 느낄 수 있다. 그와 함께 물매화를 보고 있다. 그가 물매화와 나눈 말들이 은밀하고 따스하게 내 안으로 들어온다.>
 

물매화.

 
마지막 부분은 현실인지 아닌지 모호합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을 물매화를 매개로 중년 여성과 중년 남성의 사이를 상당히 긴장감있게 그려 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요양하는 남자에 대한 연민일까요? 아니면 이것도 불륜의 일종일까요? ^^
 
물매화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라는 범의귀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낮은 곳에선 살지 않고 주로 깊은 숲의 양지바른 습지에서 자랍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일본, 중국, 북아메리카, 유럽, 몽고 등지에도 분포합니다.
 

물매화.

 
보통 키가 한 뼘쯤(길이 7-30cm)인데, 한 개체에서 서너 개씩 줄기가 올라와 하얀 꽃잎이 5장인 꽃이 핍니다. 꽃이 매화를 닮았고 물 가까이에서 살아 물매화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
 
소설을 읽고 물매화도 ‘아주 짧지만 오전 한때 가루분 냄새’가 난다는 것, 꽃망울이 ‘7월 초에 올라오기 시작해 거의 두달이 넘어서야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것 등을 알았습니다. ^^ 관심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더 읽을거리
 
-팜므파탈, 립스틱물매화 매력에 빠진 사람들 
 
-야생화 100대 명소 2 (충청 호남 영남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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