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걷다 보면 시멘트나 벽돌 담장을 타고 시원하게 자라는 담쟁이덩굴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좀 자세히 보면 잎이 달린 모양에 따라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잎이 포도잎처럼 끝이 얕게 세 갈래로 갈라진 것이 토종 담쟁이덩굴이다. 하지만 담쟁이덩굴도 어린 줄기잎들은 완전하게 세 장으로 갈라진 것들도 있다.
미국에서 온 미국담쟁이덩굴은 다섯 장의 작은 잎이 모여 있는 점이 다르다. 역시 도심 담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에 속하는 낙엽성 덩굴식물이다. 담을 잘 타서 이름이 담쟁이덩굴이다. ^^ 도시 담장도 잘 올라가지만 원래 바위지대 등 야생에서도 흔히 자란다. 야산에서 지표를 덮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도 볼 수 있다.
담쟁이덩굴이 담을 잘 타는 이유는 줄기에 흡착근(흡반)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개구리 앞발 또는 심전도 검사를 할 때 몸에 붙이는 둥근 물체 같이 생겼다. 가을에 익은 검붉은 열매는 머루 송이처럼 생겨서 포도과 식물임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베어먼씨가 오늘 병원에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대. 불과 이틀 앓고 말야. 엊그제 아침 관리인이 그분 방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봤다는군. 구두도, 옷도 흠뻑 젖어 얼음처럼 차가웠대.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 밤에 어딜 갔었는지 아무도 몰랐었다는군. 그러다가 아직도 불이 켜져 있는 초롱과 언제나 놓아둔 곳에서 끌어낸 사다리와 흩어진 붓이 몇 자루, 그리고 노란색과 녹색 그림물감을 푼 팔레트를 발견했다지 뭐야. 그건 그렇고… 잠깐 창밖을 봐봐요. 저 벽 위의 마지막 담쟁이 잎을. 바람이 불어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았어? 이봐, 잔시, 저게 베어먼씨의 걸작이었어.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 밤에 그분이 저기다 대신 그린 거야.>
이 소설의 배경이 미국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여서 소설 속 담쟁이는 미국담쟁이덩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 삽화를 그릴 때 잎 끝이 얕게 세 갈래로 갈라진 담쟁이덩굴이 아니라, 다섯 장의 작은 잎이 모인 미국담쟁이덩굴로 그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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