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협죽도, 댓잎에 복사꽃 닮았나?

우면산 2020. 8. 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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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시내 골목을 걷다 보면 가끔 협죽도 화분을 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연분홍 꽃도 몇 송이 볼 수 있다.

 

협죽도(夾竹桃)는 대나무잎 같은 생긴 잎, 복사꽃 같은 붉은 꽃을 가졌다고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잎이 버드나무잎 같다고 유도화(柳桃花)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보면 대나무 잎보다는 버들잎처럼 생겨 유도화가 더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물론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는 노지에서 자라지만 서울에서는 겨울엔 실내에 들여놓아야 월동할 수 있다.

 

협죽도. 잎은 댓잎 같고 꽃은 복사꽃 같다고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성석제 단편 「협죽도 그늘 아래」에 열번 이상 나오는 문장이 있다.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가시리로 가는 길목, 협죽도 그늘 아래

 

결혼하자마자 6·25가 나서 학병으로 입대한 남편을 기다리는 70세 할머니 이야기다. 스무살에 결혼했으니 50년째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다. 대학생 남편은 전쟁이 나자 합방도 하지 못한 채 학병으로 입대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시댁 식구와 함께 전쟁을 겪었다. 피난길에 시아버지는 친정에 가 있으라고 했지만 여자는피가 흘러내리도록 입술을 문채 고개를 흔들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행방불명이라는 통보도 받았다.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남편을 기다렸다. 그렇게 50년을 기다린 여자가, 그의 칠순 잔치에 찾아온 친척들을가시리로 가는 길목에서 배웅한 다음, 치잣빛 저고리와 보랏빛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다. 소설은여자는 자기의 일생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표현했다.

 

협죽도.

협죽도 꽃은 7~8월 한여름에 주로 붉은색으로 피고, 녹색 잎은 3개씩 돌려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이처럼 협죽도의 꽃과 잎은 신부들이 흔히 입는 한복, 녹의홍상(綠衣紅裳) 그대로다. 할머니는 잠시나마 남편과 함께 한 신부 시절을 그리워하며 협죽도 그늘 아래 앉아 있는 것일까.

 

협죽도는 비교적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편이고 공해에도 매우 강하다. 꽃도 오래가기 때문에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에서는 가로수로 쓸만한 나무다. 베트남 등 아열대 지역이나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로 길게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다 연한 노란색 꽃이 피는 노랑협죽도를 볼 수도 있다.

 

노랑협죽도.

 

그런데 이 협죽도가 강한 독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난을 당했다. 이 나무에 청산가리의 6000배에 달한다는 '라신'이라는 맹독 성분이 들어 있어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는 2013년 부산시청 주변에 있는 200여그루 등 협죽도 1000여 그루를 제거했다. 제주도에서도 많이 베어내 눈에 띄게 줄었다.

 

협죽도에 유독 성분이 들어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베어내야 할 정도로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대부분의 식물학자들은독성 때문이라면 베어낼 나무가 한둘이 아니고, 일부러 먹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은데 굳이 제거하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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