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기슭이나 인가 근처에서 나팔꽃이나 메꽃 비슷한데 좀 작고 주황색으로 피는 꽃이 있습니다. 둥근잎유홍초(留紅草)입니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인데 요즘 왕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둥근잎유홍초 꽃은 전체적으로 주황색이지만 꽃 안쪽은 노란색입니다. 동자꽃보다 더 진한 주황색인데, 그래서 그런지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꽃입니다. 심장 모양 잎은 끝이 갑자기 좁아져 뾰족하고 잎 위쪽에 뾰족한 각이 있습니다.
둥근잎유홍초보다 꽃 색깔이 진한 홍색이고 잎이 빗살 모양으로 갈라진 것도 있는데 이 친구는 그냥 유홍초입니다. 유홍초는 관상용으로 화분에 기르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유홍초는 꽃 모양이 딱 별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
유홍초는 잎이 잘게 갈라진 것이 새깃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깃유홍초라고도 부릅니다. 괜찮은 이름이죠? 둥근잎유홍초를 그냥 유홍초라 부르고 유홍초를 새깃유홍초라 부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둥근잎유홍초는 예뻐서 관상용으로 기르던 것이 야생으로 탈출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서 멀리 가지 못하고 인가 주변에 많을 겁니다. 이런 종이 몇 개 있는데 일본목련·개망초 등이 대표적입니다. 개망초는 잡초의 대명사 격이지만 망초와 달리 그런대로 예쁜 꽃입니다. 일본에서 이 식물을 관상용으로 들여왔는데 화단에서 탈출해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일본목련의 경우 수형이 아름다워 공원, 유원지, 정원 등에 조경수로 많이 심는 나무입니다. 그 중 일부가 탈출해 주택가 인근 야산에서 제법 세력을 형성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탈출 식물 얘기를 하니 황선미의 장편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생각납니다. 이 동화 주인공 ‘잎싹’은 철망 속에서 알을 낳는 양계장 닭이었습니다. 그런데 아까시나무 파란 잎사귀가 나중에 향기로운 아카시아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고,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탄생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습니다. 꿈이 생기자 죽음을 무릅쓰고 양계장 밖으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꿈과 자유, 사랑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동화입니다. 청소년용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없는 글입니다. 삶과 죽음,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순환하는 자연의 구조도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고, 서정적인 문체와 따뜻한 묘사도 좋습니다.
나팔꽃과 메꽃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제가 얼마전 포스팅한 '5가지 나팔꽃 구분 핵심 정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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