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꽃며느리밥풀 이름 새로 짓는다면?

우면산 2020. 9. 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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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에 오르면 꽃며느리밥풀이 제철이다. 산기슭부터 정상 부근까지 등산로 주변에 무리 지어 피어 있다. 이 꽃은 입술 모양으로 벌어진 분홍꽃잎 사이로 딱 밥풀처럼 생긴 흰 무늬 두 개가 있어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현삼과 한해살이풀로, 꽃은 길이 1.52㎝의 긴 통 모양이고 끝은 입술 모양으로 갈라졌다. 그런데 이 입술 모양 꽃잎 위에 흰 무늬 두개가 꼭 밥알처럼 박혀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진짜 밥알이 아닌가 만져볼 정도다. ^^

 

꽃며느리밥풀. 꽃이 듬성듬성 달려 있고 포의 밑부분에만 가시가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며느리 설움’이라는 슬픈 꽃이야기를 갖고 있다. 옛날에 며느리를 심하게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어느날 며느리가 밥이 다 뜸 들었는지 보기 위해 밥알을 조금 먹어 보았다. 그때 갑자기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와 "어른이 먹기도 전에 버릇없이 먼저 밥을 먹는다"라고 심하게 꾸짖었다. 그 바람에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문 채 쓰러져 죽었다. 동네 사람들이 양지바른 곳에 며느리를 묻어주자 이듬해 여름 무덤가에서 분홍색 꽃이 피어났다. 그런데 꽃잎에는 하얀 밥알이 두개씩 달려 있어서 며느리밥풀로 이름 지었다는 얘기다.

 

꽃며느리밥풀 동영상. 

 

이름에 ‘며느리’가 들어가는 꽃이 몇 개 더 있다. 얼마전 소개한 며느리밑씻개(왜 며느리밑씻개라고 했을까?)도 시어머니의 며느리 구박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오는 꽃이다(며느리밑씻개 잎을 끓인 물이 질세정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어 반대로 며느리 사랑이 담긴 이름이라는 반론도 있다). 반면 사위질빵(한여름에 쌓인 눈? 사위질빵 꽃이군요 ^^)은 꽃며느리밥풀과는 반대로, 장모의 사위 사랑이 담겨 있는 꽃이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70년대말 나온 박완서의 「황혼」에서도 이미 갈등의 주도권이 며느리에게 넘어가 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구박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식물들의 이름을 새로 짓는다면 꽃며느리밥풀, 사위질빵은 어떤 이름을 가질까. 꽃사위밥풀, 며느리질빵은 아닐 것 같고...

 

알며느리밥풀. 포에 가시같은 털이 있고 꽃 간격이 좁다. 

 

꽃며느리밥풀과 비슷한 형제 식물이 몇 개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꽃이 듬성듬성 달려 있고 포(꽃의 밑에 있는 작은 잎)의 밑부분에만 가시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알며느리밥풀은 포에 가시 같은 털이 있고 꽃 간격이 좁다. 남부지방에 사는 수염며느리밥풀은 포에 부드러운 털이 있고 줄기가 적자색이다. 이 세 가지는 포가 녹색이다.

 

새며느리밥풀. 포에 붉은색이 돌고 잎이 좀 넓은 편이다.

 

애기며느리밥풀과 새며느리밥풀은 포에 붉은색이 도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다. 다만 애기며느리밥풀은 잎이 좁고, 새며느리밥풀은 조금 넓은 편이라는데 이 정도 동정 포인트를 갖고 현장에서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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