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밭가나 산기슭, 하천 부근에 많은 위 식물 보셨는지요? 이름이 며느리밑씻개입니다.
식물 이름은 우리 고유어의 보고(寶庫)라 할 정도로 예쁜 이름이 많지만 듣기도 부르기도 민망한 이름도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도 그중 하나입니다. 별사탕같이 생긴 옅은 분홍색 꽃이 예쁘지만, 줄기에는 사나운 가시가 수없이 돋아난 식물입니다.
이 식물에는 시어머니의 며느리 구박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볼일 본 후 쓰라고 며느리밑씻개를 던져 주었다는 것입니다. 며느리밑씻개 가시는 정말 험악하게 생겼습니다. 며느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식물을 밑씻개로 쓰라고 던져 주었을까요? 이야기도 그렇지만 이름도 듣기 거북하죠. ㅠㅠ
며느리밑씻개는 1930년대 우리말 식물 이름을 붙이면서 일본명 ‘마마코노시리누구이(継子の尻拭い·의붓자식의 밑씻개라는 뜻이라고 함)’를 모방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식물 이름을 고친다면 뭐라 부르는 것이 좋을까요. 3년 전쯤 꽃 이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서 부적절한 이름을 가진 식물이 뭐가 있고 대안은 무엇인지 토론이 벌어진 적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는 여뀌속(屬)이고 가시가 달린 덩굴이니 가시덩굴여뀌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이명(異名·일부에서 쓰는 이름)으로 올라 있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식물의 첫 이름으로 기록에 있는 사광이아재비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낯설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물론 개명에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식물 이름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고 조상의 생각과 정서가 담겨 있는데, 이름이 밉다고 예쁜 이름으로 고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한 식물이 있는데, 며느리배꼽입니다. 이 이름은 그래도 귀엽죠? ^^
두 식물은 아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둘을 구분하려면 잎자루가 달린 위치를 봐야합니다. 며느리밑씻개는 잎의 밑에, 며느리배꼽은 잎의 뒷면 밑에서 약간 위쪽에, 그러니까 배로 치면 배꼽 위치 정도에 붙어 있습니다. ^^
두 식물은 줄기를 감싸는 턱잎을 갖고 있습니다. 턱잎은 며느리배꼽이 며느리밑씻개에 비해 훨씬 큽니다. 큰 턱잎에 쌓이듯 달린, 둥글둥글한 며느리배꼽 열매는 참 귀엽게 생겼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턱잎에 열매가 달린 모양도 배꼽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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