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식물은 꽈리입니다. ^^ 꽈리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은 노란색을 띤 흰색<맨 아래 사진>인데, 가을이면 부푼 오렌지색 껍질 속에 있는 열매가 꽃보다 더 예쁘게 달립니다. 이 껍질은 꽃받침이 점점 자라는 것으로, 풍선 모양으로 열매를 감싸는 특이한 형태입니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이 1.5cm 정도로 빨갛게 익으며 먹을 수 있습니다. 이 열매는 옛날에 어린이들의 좋은 놀잇감이었답니다. 잘 익은 꽈리 열매를 손으로 주물러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바늘이나 성냥개비로 꼭지를 찔러서 속에 가득 찬 씨를 뽑아냅니다. 속이 빈 꽈리 열매에 바람을 불어넣은 다음 입에 넣고 혀와 이와 잇몸으로 가볍게 누르면 ‘꽈르르 꽈르르’ 소리가 납니다. 특히 많이 불면 보조개가 생긴다고 해서 극성스럽게 부는 아가씨들도 있었답니다. ^^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에서는 꽈리가 수억만리 이국 땅으로 유학을 간 주인공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자극하는 소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나라가 망해가는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추억, 그리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도착하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륵은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해주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의전에서 의학을 공부합니다. 그런데 1919년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1920년 독일로 유학을 갔는데, 소설 내용과 같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이 독일에서 혹시나 고향에서 편지가 왔는지 확인하러 우체국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에 꽈리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알지 못하는 집 앞에 섰다.
그 집 정원에는 한 포기 꽈리가 서 있었고 그 열매는 햇빛에 빛났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 그처럼 많이 봤고, 또 어릴때 즐겨 갖고 놀았던 이 열매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였던지. 나에겐 마치 고향의 일부분이 내 앞에 현실적으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집에서 어떤 부인이 나오더니 왜 그렇게 서 있는지 물었다. 나는 가능한 한 나의 소년 시절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그 부인은 꽈리를 한 가지 꺾어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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