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귀한 난을 보러 경북 문경에 갔다가 산 입구에서 계요등을 만난 적이 있다. 흰색 바탕에 자줏빛이 도는 예쁜 꽃이다. 서울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꽃이라 환호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담았다. 그런데 그해 여름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갔더니 가는 곳마다, 특히 시골마을 담장이나 냇가에 계요등이 널려 있었다. 거기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잡초 중 하나였다. ^^
계요등은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 분포하지만 내한성이 약해 주로 충청도 이남에서 자란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가끔 계요등을 볼 수 있다. 서울 인왕산 아래 청운공원에서 계요등이 문제없이 꽃 핀 것을 본 적이 있다.
계요등(鷄尿藤)은 꽃에서 닭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마 계요등은 하필이면 이름에 ‘오줌’을 붙였느냐고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을 것 같다. ^^ 실제로 계요등 근처에서 코를 큼큼거려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섞인 것 같기도 한 정도다. 나름 신선한 풀냄새가 나는 식물이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보다 냄새에 민감해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우리말 표기 원칙에 따르면 '계뇨등'으로 쓰는 것이 맞지만 식물 이름이므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한 추천명 계요등으로 쓰는 것이 맞겠다.
이름에 ‘오줌’이 들어가 있는 식물은 계요등만이 아니다. 한여름에 산에서, 요즘은 화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노루오줌도 있다. 노루오줌도 연분홍색 꽃이 아주 근사하다. 노루 오줌 냄새가 어떤지 여러 번 코를 큼큼거려 보았지만 역시 그다지 고약한 냄새는 아니고 약간 역한 냄새가 섞인 신선한 냄새였다.
봄에 자주색 꽃이 둥글게 뭉쳐 피는 쥐오줌풀도 어떤 냄새가 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쥐오줌풀은 뿌리에서 냄새가 난다. 잎은 여러 갈래로 깊이 갈라져 있다. 은방울꽃이나 철쭉 보러 갔을 때 습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여우오줌은 요즘 야산에서 볼 수 있는 풀이다. 꽃 피는 시기가 8~10월이다. 노란 꽃에서 여우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담배꽁초처럼 생긴 ‘담배풀’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식물이기 때문에 ‘왕담배풀’이라는 이름도 있다. 여우오줌은 꽃차례를 둘러싸고 있는 총포가 약 3cm 정도로 다른 담배풀에 비해 넓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서울 남산에 가면 이 풀을 흔히 볼 수 있다.
오줌이 들어간 식물 이름에 말오줌때도 있다. 가을에 붉은 껍질이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새까만 열매가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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