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황금빛으로 물드는 낙엽송, 정식 이름에 '일본' 없었다면...

우면산 2020. 10. 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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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남양주 천마산 등산길에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았더니 노랗게 물든 침엽수 잎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길이 2~3㎝ 정도인 낙엽송 잎이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수십 미터 높이의 낙엽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 푸른 잎이 대부분이지만 일찍 노랗게 물든 잎들이 바람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곧 나무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가 낙엽을 떨굴 것입니다.

 

 

낙엽송은 낙엽 지는 소나무라는 뜻입니다대부분 침엽수는 겨울에도 잎이 푸른 상록수지만낙엽송은 메타세쿼이아·낙우송과 함께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입니다열매는 작은 솔방울 모양으로 9~10월에 익습니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천마산 일본잎갈나무(낙엽송).

 

 낙엽송은 1960~70년대 이후 심은 대표적인 조림수(造林樹)로,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데 크게 기여한 나무입니다. 빨리 자라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목재를 생산할 수 있고, 특히 목질이 좋고 곧게 자라 상품성이 좋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6~7% 정도를 이 나무가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원산지 때문에, 이름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낙엽송의 정식 이름은 일본잎갈나무입니다. 일본 원산으로 ‘잎갈이하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편백나무나 화백나무, 삼나무 같은 다른 일본 원산 나무들은 별다른 시비가 없는데, 이 나무는 일본 나무라는 지적을 받으며 베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천마산 낙엽송(일본잎갈나무) 숲.

 

2016년 강원도 태백산은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했습니다. 태백산국립공원 사무소는 민족의 영산(靈山)이자 백두대간 주능선인 태백산에 일본 원산 외래종인 낙엽송은 맞지 않는다며 태백산 일대 나무의 11.7%를 차지하는 낙엽송 50만 그루를 5년 동안 베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 참나무·소나무 같은 토종 나무를 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낙엽송(일본잎갈나무) 무리.

 

 그러자 “나무가 무슨 죄가 있느냐”, “단기간에 나무를 베고 운반하면서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라는 반대도 많았습니다. 그러자 환경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태백산 숲 생태개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슬금슬금 시행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2018년 19ha, 2019년 63ha를 시행했고 올해 33ha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숲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건강성 회복’이 명분입니다. 낙엽송의 정식 이름이 일본잎갈나무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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