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맑고 상큼한 행운목 꽃 향기 맡아보았나요? ^^

우면산 2020. 10. 3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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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사무실에서 자라는 행운목에 꽃이 핀 적이 있습니다. 긴 꽃대가 올라오면서 노란색이 섞인 하얀색 꽃망울이 맺히더니 꽃잎이 하나둘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행운목 꽃은 진한 향기를 내뿜어서 문을 닫고 있으면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행운목 꽃에서 나는 향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라일락 향기와 비슷한, 맑고 상큼한 향기라고 하는 것이 그나마 가까울 것 같습니다.

 

행운목 꽃.

 

대표적인 실내 식물 중 하나인 행운목은 용설란과 드라세나속 식물(학명 Dracaena fragrans)입니다. 열대 원산의 나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여간해선 꽃이 피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건이 잘 맞아 행운목에 꽃이 피면 그곳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생겼습니다. 통나무 형태로 수입해 톱으로 잘라 식재하면 잎이 날만큼 생장력이 왕성하답니다.

 

행운목.

 

박완서 작가의 단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 이 행운목 꽃이 나옵니다. 이 소설은 88올림픽이 열린 해 외아들을 잃은 작가가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인데, 행운목 꽃이 죽은 자식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먼저 그 대목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우리 집 행운목이 올해 꽃을 피웠잖아요. 꽃 모양이나 빛깔이 볼품이 없어서 핀 줄도 몰랐어요. 어느 날 집에 들어서니까 온 집 안이 향기로 가득 차 있더군요. 현기증이 날 정도였어요. (중략) 물건은 분명히 하난데 두 가지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에 며칠 동안 몰입할 수 있었죠. 알아요. 꽃이 지면 향기도 없어진다는 거, 근데 그 소릴 왜 그렇게 야멸차게 하시죠?”

 

소설에서 행운목 꽃이 의미하는 바를 찾으려면 물건은 분명히 하난데 두 가지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다’, ‘꽃이 지면 향기도 없어진다는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떠도는 향기처럼 집 구석구석이 아들로 가득 차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같은 것 아닐까,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꽃이 지면 향기도 없어진다, 넌즈시 그만 아들을 잊으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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