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강 자전거길을 지나다 능내역 근처에서 쉬는데, 노란 꽃과 솜털처럼 하얀 씨방을 나란히 달고 있는 식물이 보인다. 잎 가장자리 가시 모양이 사납게 생긴 것이 큰방가지똥이다. 왠지 나를 봐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
방가지똥이나 큰방가지똥은 오래전에 유럽에서 귀화한 식물(고귀화식물)이라고 한다. 둘 다 노란 꽃은 민들레를 닮았고 전체적인 모습은 엉겅퀴를 닮았다. 특히 가시가 험상궂게 생긴 큰방가지똥이 그렇다. 봄부터 10월까지 꽃이 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고 남부지방에서는 초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방가지똥이나 큰방가지똥을 잘 주목하지 않는데, 다른 꽃들이 시드니 추위에도 늠름하게 핀 방가지똥이 보이는 것일까.
둘 중 더 자주 보이는 것은 큰방가지똥이다. 방가지똥은 잎이 민들레의 잎처럼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얇고 연하다. 큰방가지똥의 잎은 엉겅퀴의 잎과 비슷하게 가시가 많다. 큰방가지똥은 방가지똥에 비해 전체가 크다. 또 잎이 두텁고 촘촘하게 갈라지며 잎 표면에 광택이 있는 점이 다르다. 조금 더 모양을 살펴보면, 둘 다 씨방의 아랫부분은 볼록하고 위로 갈수록 좁아진 모양이 키세스 초콜릿같이 생겼다.
방가지똥은 왜 이런 이름을 가졌을까. 황대권의 책 ‘야생초편지’에서는 “방가지똥은 강아지똥과 발음이 비슷한 게 어릴 적 향수가 묻어 있는 이름”이라며 “분명히 똥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
다음으로 우리 꽃을 소개하면서 이름 유래를 추적한 이재능의 책 ‘꽃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꽃나들이)’는 “방가지똥은 씨앗이 익으면 여느 국화과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솜털처럼 풍성하게 부풀어서 바람에 날려갈 준비를 한다”며 “가까이 있는 동물 중에 하얀 털이 풍성하다면 삽살개가 떠오르는데, 삽살개의 새끼는 ‘방강아지’나 ‘방가지’로 부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는 “방가지똥 이름이 정겹고 그 생김새도 마음에 들어서 생뚱맞은 상상을 해보았다”고 했다. ^^
김종원 교수의 책 ‘한국식물생태보감 1’은 “‘방가지’는 곤충 방아깨비의 방언”이라며 “방아깨비는 위험에 처하면 배설물을 내놓으며, 마치 방가지똥 종류가 상처를 입게 되면 흰 유액을 내놓는 것과 같다. ‘똥’ 자는 그렇게 덧붙여진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의 추정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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