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이나 언덕에서 노란 껍질 속에 빨간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는 덩굴나무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엔 노란색만 보이다가 껍질이 3갈래로 갈라지면서 빨간 씨앗이 드러난다. 노박덩굴이다.
노박덩굴 열매는 딱 콩알 크기인데, 노란 껍질과 빨간 열매가 조화를 이루어 참 예쁘다. 새들이 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지 이 열매가 겨울까지 달려있는 것을 보기 힘들다. 새들이 열매가 익는 대로,며칠 내로 거의 다 따 먹는다는 것이다. 새들이 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 열매 과육의 단맛 때문일까.
노박덩굴은 전국의 산과 언덕 등의 양지바른 곳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양지바른 곳을 좋아해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 있는 덩굴을 보면 노박덩굴이 아닌가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5~6월에 황록색 꽃이 피지만 자잘한 데다 잎과 색깔이 비슷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옛날에 민간요법으로 독사에 물렸을 때 노박덩굴 잎을 찧어 상처 주위에 발랐다고 한다.
노박덩굴은 왜 이런 이름을 가졌을까.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책 ‘우리나무 이름사전’에서 “길의 가장자리를 나타내는 길섶이란 우리말이 있는데, 한자로 노방(路傍)이라 했다”며 “길가에서 잘 자라는 덩굴나무, 즉 ‘노방의 덩굴’이 변해 노박덩굴이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햇빛을 좋아하는 덩굴나무라 길 쪽으로 가지가 잘 뻗어 나오기 때문에 산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박덩굴과 아주 비슷한 나무가 푼지나무다. 외모로 구분이 쉽지 않은데, 푼지나무는 줄기에서 기근이 돋아나 나무에 뿌리를 박으면서 자란다. 노박덩굴은 다른 나무를 그냥 감고 올라가지 뿌리까지 내리지는 않는다. 노박덩굴은 가시가 없는데, 푼지나무는 잎자루 아래쪽에 달리는 가시가 날카롭다.
노박덩굴은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20여종을 대표하는 종이다. 이 과에 사철나무를 포함해 재미있는 나무들이 많다. 줄기에 화살 모양의 날개가 있는 화살나무, 가을에 맺히는 열매가 분홍빛으로 마치 꽃처럼 고운 참빗살나무, 잎 위에서 앙증맞게 작은 꽃이 피는 회목나무, 미역줄기처럼 벋으며 자라는 미역줄나무 등이 노박덩굴과 가족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열매가 가종피(假種皮)라는 껍질에 싸여 있다는 점이다. ‘가종피’란 주목 열매와 같이 육질로 된 종자의 껍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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