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지킴이, 참느릅나무

 

요즘 한강에 나가 보면 1㎝ 남짓 크기의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잎처럼 누렇게 단풍이 든 열매는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집니다. 참느릅나무입니다.

 

최근 한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가 참느릅나무 아닐까 싶습니다. 한강 자전거도로 양 옆 가로수는 참느릅나무인 경우가 많고, 한강변 넓은 공터에도 참느릅나무가 상당히 많습니다. 여기에다 한강가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 중에도 참느릅나무가 적지 않더군요.

 

한강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참느릅나무.

 

참느릅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 교목이지만 유일하게 가을인 9~10월에 꽃이 피고 10~11월에 열매를 맺어서 다른 느릅나무들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1~1.3㎝ 정도의 열매(넓은 타원형 시과)를 다닥다닥 달고 있는 나무는 참느릅나무인 것입니다. 시과(翅果)는 열매 껍질이 얇은 막 모양이라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열매를 말합니다.

 

참느릅나무는 오래될수록 나무껍질이 불규칙하게 작은 비늘 조각으로 벗겨져 떨어지는데, 이것도 참느릅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위 동영상에서 수피를 한번 보세요).

 

참느릅나무 잎과 열매.  1㎝ 남짓 타원형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다.

 

왜 한강에 참느릅나무를 많이 심었을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한강변에서 그러니까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이겠지요. 습지에서 가장 잘 자라는 나무는 버드나무 종류겠지만, 적어도 한강시민공원에 심은 나무만 보면 버드나무보다 참느릅나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참느릅나무는 습기가 많고 비옥한 계곡이나 하천변, 호숫가 등에서 자랍니다. 한강변에 심기에 딱 좋은 나무인거죠. 참느릅나무는 공해에도 비교적 강한 나무이기 때문에 한강변에 대량 심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시에 물어보니 한강변에서 수해가 난 다음에도 잘 생존하는 나무가 팽나무와 함께 참느릅나무였다고 합니다. 두 나무가 요즘 한강변에 늘어나는 이유일 것입니다. ^^

 

한강변 자전거도로에 가로수로 심은 참느릅나무.

 

어떻든 참느릅나무를 볼 때마다 느름하게 한강을 지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느릅나무가 한강 지킴이인 셈입니다. ^^

 

참느릅나무와 달리, 봄이 꽃이 피는 느릅나무는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에 나오는 나무입니다. ^^ 평강공주가 온달을 찾아갔을 때 온달은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러 가고 없었습니다. 느릅나무 껍질은 끊어지지 않고 길게 벗겨지는데, 약재(유근피)로도 쓰고 먹을 수 있어서 배고픔을 달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느릅나무는 엉뚱하게도 드루킹 사건에서도 등장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